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 공약대로 은행의 가계·소상공인 대출 가산금리에서 각종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이 빠지면 금리가 약 0.2%포인트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정 비용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은행들이 다른 방식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가계·소상공인에게 대출 시 법정비용이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공약했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신용위험과 조달비용 등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구한다.
가산금리에는 교육세,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료, 법정출연금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비용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교육세 0.03%와 상품별로 다른 서민금융진흥원·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금 등 법정 출연금 비율을 합하면 평균 0.15∼0.2%p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추산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의원 11명은 지난해 12월30일 법정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4월1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린다. 가산금리 손질이 은행법 개정 사항이지만, 정부 여당이 입법에 속도를 낼 경우 조기 추진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비용이 유발하는 값이 0.2%p가량 되지만 최종금리는 그만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금리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17개 이상 되는데, 가산금리에서 법정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은행은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가산금리의 경우 은행마다 산정 방식이 다르고 영업비밀에 속하는 만큼 법망을 피해 금융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론 은행의 불합리한 비용 전가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실상은 민간금융기관의 자율적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출금리를 낮춰 주는 정치적 쇼맨십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이 법에 따라 납부하는 보험료까지 법적비용이라는 이유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금융사 수익이 줄면 그 부담은 또 다른 대출자로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가산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하고, 세전이익은 최대 1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정부 초기인 만큼 은행이 정책에 반대하거나 역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