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현재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한덕수 대선출마설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6월 3일 예정된 장미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각종 추대위원회가 연쇄적으로 출범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당초 낭설로 여겨지던 한 총리 추대설이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요인으로, 한 총리 출마에 대해 고건 전 총리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물밑에서 도와준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두 사람은 각각 ‘친노’와 ‘중도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치원로들이다.
다만 한 대행이 출마를 위해 넘어야할 수 많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민주당의 극심한 정치공세를 견뎌야 한다는 점, 국민적 높은 지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협상이 원활히 이뤄져야한다는 점 등이 평생 관료인 한 대행이 풀어야할 과제다.
심상치 않은 한덕수 추대론...‘친노’ 고건‧‘중도보수’ 박관용 등 정치원로 물밑지원

먼저 <시사오늘>의 20일자 단독보도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추대위만 3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은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출범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공식 촉구한다고 한다. 한 대행측도 여야 원로정치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출마는 결심만 남은 상태다.
내주 출범하는 추대위는 87체제 개헌을 주도한 인사들을 비롯해 전직 국무총리, 국회의장, 국회의원 등 정치원로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물밑에서 판을 짜고 있으며 시민단체장, 학계 및 언론계 인사, 전직 은행장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추대위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진보·보수 원로 요구를 대선 출마 명분쌓기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며, 한 대행을 지지하는 집단이 좌우를 아우른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대행 추대위는 가장 먼저 21일날 예정되어있다. 김춘규 국민연합 상임회장과 정하균 전 국회의원(행복한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 연합 추대위가 오는 21일 오전 11시 종로구 사학회관에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8일 시사오늘측에 “현 대선 판세로는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나경원 등 국민의힘 후보 중 누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막기 위해선 결국 한덕수 대행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대행의 경쟁력에 대해 ‘경륜’과 ‘관록’을 꼽았다.
두 번째로는 호남을 중심으로 한 추대위도 빠르면 며칠 내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故 박철웅 조선대학교 설립자의 장남이자 <무등일보> 회장을 지냈던 박성섭 <자양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호남계 인사들이 주축이다.
참여정부 시절 호남 대망론을 이끌었던 고건 전 국무총리 측과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계파도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추대위가 연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산발적으로 나뉘어 있던 세력이 하나로 결집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나경원, 안철수, 이철우, 유정복 등 총 8명이 경합 중이며 22일 4인 경선 진출자를 발표하는 터라, 국민의힘과의 세력결집은 5월초 부터 전망된다.
한덕수 추대위 출범의 '일장일단'...韓이 견뎌내야할 장애물

잇단 추대위 출범은 분명 세력결집에 용의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다만 한 대행이 최종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 까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먼저 한 대행으로 지지도가 결집가능성을 살펴보자.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잇단 한 대행 추대위 출마가능성에 “초기에는 산발적인 활동이 이어지겠지만 4월 말 또는 5월 초 한 대행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게 되면 흩어졌던 추대위가 통합돼 정당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 후보와의 막판 담판을 통해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 평론가는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누가 되든 한 대행과의 단순한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빅텐트가 형성돼야 한다”며 “그 핵심 화두로는 7공화국을 향한 ‘개헌 연대’만한 것이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의회 독재의 폐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헌 전도사로 불렸던 김덕룡, 정대철, 손학규, 김무성, 정균환 등 김영삼·김대중 양김 지도자와 함께한 87체제의 주역들이 중심이 돼 개헌 연대의 판을 이끈다면 임기 단축 논의도 현실화되지 않겠느냐”며 “그리 되면 개헌 열차를 운전할 적임자로 지목되는 한 대행은 물론 이낙연 전 총리 등 3지대 주자들도 이 빅텐트에 참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수진영과의 원활한 화학적결합도 한 대행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보수진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필요하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경선과정까지 치룬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무턱대고 무소속 한 대행과 단일화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대권 출마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권한대행 직무 평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돌고, 대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60% 중반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점도 한 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의 헌재재판관 임명을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했지만, 헌재 결정에 타격을 입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극심한 민주당 비판에...한덕수 출마용기 낼 수 있나?

무엇보다 민주당의 극심한 견제가 한 대행이 넘어야갈 가장 큰 장애물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지명도 모자라 호남과 영남을 오가며 기업 탐방까지, 대통령 선거 준비에 한창인 것처럼 보인다”며 “외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권한대행과 대통령 간 업무에 차이가 없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일은 국정 안정적 유지와 공정한 대선 관리에 전념하는 것”이라며 “자격 없는 총리가 모호하게 출마설에 연기를 피우며 미국과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자기 장사에 정신 팔린 노욕의 대통령병자가 선거 관리와 대미 협상을 단 한시라도 제대로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은 국민께서 국정을 안정시키라고 부여한 권한을 대선 출마 디딤돌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4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선거 관리 자체가 의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건은 결국 한 대행의 결단이다. 한 대행 측이 87년 직선제를 쟁취한 여야 원로그룹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은 파악되고 있지만, 출마 선언은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총리 출신 대선주자들은 본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건, 정운찬, 반기문, 이낙연 등 모두 대망론을 일으켰지만 끝내 완주하지 못했거나 추대되지 못했다. 이에 관료출신들은 정치적 내구력이 약하다는 선입견도 한 대행이 넘어야할 과제다.
아울러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그리고 이재명 후보라는 대세론에 맞서는 ‘대항마’로 부각돼야 하는 부담까지 감안하면 행동에 이르기까지는 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공직선거법(53조)에 따르면,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5월 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에 사퇴기한 2주일 가량을 앞둔 시점에서 한 대행의 대권 행보가 앞으로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여겨진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