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홍장원에게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홍장원, '싹 잡아들여' 목적어 없이 자의 해석 인정

尹 대통령, “홍장원에게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홍장원, '싹 잡아들여' 목적어 없이 자의 해석 인정

  • 기자명 김영덕 기자
  • 입력 2025.02.0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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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덕 기자]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와 관련 여인형 전 사령관 등이 증언을 거부한 반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직접 지시받았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하는 등 진술이 엇갈렸다.

당초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된 상태여서 본인의 형사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도 점쳐졌는데 실제로 정치인 체포와 관련 진술을 거부하면서 증언이 엇갈렸다.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다섯 번째 변론에 증인으로 부른 사람들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 세 명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들이 윤 대통령 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를 봉쇄하거나 계엄해제 의결을 막고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또 앞서 홍장원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 35분께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이후 여 전 사령관에게 체포 명단을 직접 들었다고 국회 등에서 증언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언했는데,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직접 지시받았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다만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 전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단어)이 체포조가 맞느냐’,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서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며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 됐나(하고)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 도우라’고 전화했다”며 “계엄과 무관한 얘기”라고 했다.

이와 관련 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조태용 국정원장 때나 늘 한다”라며 “국정원은 정보가 많고 예산지원을 좀 해주라는 이야기, 또 (여인형이)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고 계엄사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날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짧게 핵심만 말하라’, ‘묻는 말에만 답변해 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증인 혼자 그렇게 이해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김 변호사가 추궁하자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에서 간첩이 언급됐느냐’고 국회 측에서 묻자 홍 전 차장은 “없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또 “홍 전 차장이 ‘어떻게 감히 체포하러 다니냐’며 대단한 신념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방첩사가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고 한다’고 보고했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냐”며 따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제가 가진 신념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받아치기도 했다.

김 변호사가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다 ‘미친X’이라고 생각해 메모를 멈췄다는 진술에 대해 “왜 메모를 멈췄냐”고 추궁하자 홍 전 차장은 “변호사님도 한 번 쭉 읽어보면 어떤 느낌이 드냐”고 반박했다.

한편 정형식 재판관은 홍 전 차장이 메모에 ‘검거 요청’이라고 적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질의하며 홍 전 차장 진술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이 “위치 추적이 대상자를 검거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그러면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 아무리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지만 정보를 민감하게 보증하는 방첩사령관이 구체적으로 체포 명단을 얘기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심판정을 나서면서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메모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받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영덕 기자 rokmc315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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