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1/248386_246352_3225.jpg)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39층에서 시작된 연쇄 붕괴로 7명의 사상자를 낳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사고에 대한 1심 판결이 사고 발생 3년 만에 내려졌다. 법원은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업체 가현건설의 현장 책임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으나, 원·하청 경영진에게는 무죄를 선고하며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고상영)는 지난 2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현산,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임직원 17명에 대해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하부층 동바리(지지대) 조기 해체와 구조 검토 없이 진행된 공사 과정의 문제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현산과 가현의 현장소장 2명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감리업체 관계자들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부여했다.
지난 2022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최상층인 39층이 붕괴를 시작으로 16개 층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화정아이파크는 사고 이후 전면 철거됐고, 오는 2027년까지 재준공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 하부 3개 층 동바리 조기 해체 ▲ 구조 검토 없이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 변경을 꼽았다. 이 중 가현건설 시공 책임자는 하부 동바리 해체를 묵인한 점이 주된 책임으로 인정돼 최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현산 전 대표이사 권순호와 하청업체 대표 등 경영진 3명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원·하청 경영진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 않았고, 구체적 안전 점검 의무를 부담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7명의 사상자를 낳은 중대 사건으로, 수분양자와 인근 주민들에게도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끼쳤다”고 강조했지만, 피해자들과의 합의와 처벌 불원서 제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의 사고라는 점을 들어 경영진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지휘 체계 상 경영진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고를 ▲ 구조 검토 없이 진행된 설비(PIT)층 데크플레이트 공법 변경 ▲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 미설치 ▲ 콘크리트 품질·양생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한 붕괴로 판단하고,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과실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산 전 대표와 건설본부장에 대해서도 현장의 안전 계획과 점검 의무를 방기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바리 조기 해체와 공법 변경이 주요 사고 원인임을 인정하면서도 경영진의 개입이나 직접적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붕괴와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인은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을 받았다. 현산에는 5억원, 가현건설에는 3억원, 감리업체 광장에는 1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이번 판결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법적 책임 소재를 일부 마무리했지만, 경영진 책임 면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한 사고라는 점이 경영진 면죄부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면서, 중대재해 예방과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퍼블릭 / 유수진 기자 sjn302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