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1/247490_245331_339.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재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기부 행렬에 동참한 셈이다.
100만 달러 기부 시 취임식 전날 열리는 만찬을 포함해 6가지 행사에 각각 6명이 참석할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대신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대외협력 사장 등 주요 인사들의 참석을 검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트럼프 핵심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만남을 이어오는 등 공화당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트럼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와 지난해 두 차례 만남을 진행했다.
대관(對官) 조직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퍼블릭어페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하면서, 미국 법인에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의 정책 보좌관 출신인 켈시 가이젤만을 영입했다.
SK그룹은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 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통해 폴 딜레이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을 대관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LG그룹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워싱턴사무소는 지난해 11월 말 현지 로비업체인 퍼블릭 스트래티지 워싱턴, 12월 초엔 캐피톨 카운슬과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인 'GPO'를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로 호세 무뇨스를 임명했고, 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성 김 사장을 발탁해 대관을 강화했다. 무뇨스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현대차 북미 활동을 총괄하는 등 '북미통'으로 꼽힌다.
재계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관세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멕시코·캐나다산 제품(25%), 중국(60%)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 밖에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고율 관세나 보편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국 현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SPC그룹은 1억6000만 달러를 투입, 텍사스에 제빵 공장을 건립한다. 15만㎡ 면적의 이 공장은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대형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앨라배마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용도다.
CJ제일제당은 7000억원을 들여 사우스다코타에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축구장 80개 규모 부지에 건설되는 이 공장은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공장 착공식에는 트럼프 2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된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370억 달러, 2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과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트럼프가 반도체 보조금 폐기를 내세웠지만 투자 계획은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미국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기업의 관세 면제 신청 7000건을 검토한 결과 우호적인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이 높았다"며 "미국 경제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개별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