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국가 제조업 핵심 지역에서 위기 신호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석유 화학·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지방 도시들이 수요 감소, 무역 압박, 산업 생태계 붕괴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급격한 침체 국면에 빠진 것이다.
18일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여수 시내 중심 상권인 교동 진남상가는 가게 520곳 가운데 222곳이 비어 있다. 공실률은 43%로 전국 평균의 약 3배 수준이다. 지역 상인들은 "외환 위기 때에도 버텼던 상권이 단기간에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침체 중심에는 여수 경제 43%를 차지하는 석유 화학 산업의 부진이 있다. 중국발 덤핑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지역 산업단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천NCC는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9748억원에 이르며, 최근 도산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단지 내부에선 구조 조정 압박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 사이에선 고용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미 울산·광양·서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다. 정부는 석유 화학 기업에 연말까지 생산 시설 4분의 1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여수시는 재정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방세 수입이 2023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2926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어들며 공원 조성·도로 포장 등 82개 사업을 중단했다. 지역 사회는 이번 침체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 철강 생산 중심지 포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미국의 관세 조치로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이 압박을 받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관세 협상을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산업을 토대로 성장했던 도시가 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선업 본거지인 거제에서는 다른 형태의 불황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 대기업은 수주가 몰리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지역 경제로 확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기업에서 하도급, 다시 지역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약화되며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외국인 근로자만 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지역 전반으로 파급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