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가운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1/283656_285027_285.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40년 설계 수명을 다하고 정지 상태에 있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운영 종료 후 멈춘 지 2년 7개월 만에 다시 기한을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13일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안을 찬성 5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9월, 10월 이어 세 번째 심의에서 결론이 난 것이다.
이번 허가는 운영 기한을 2033년 4월까지 10년 연장하는 내용이지만, 실제 연장 효과는 제한적이다. 고리 2호기 가동은 2023년 4월 운전 허가 만료와 함께 멈춰 있었고, 연장 기간이 이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7년 5개월만 운전할 수 있다.
가동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발생한 비용 부담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멈춰 있던 2년 7개월간 LNG 등 비용이 더 높은 전원으로 대체된 점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685MW급 가압 경수로 원전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2022년 4월부터 연장 심사를 요청해 왔다.
연장 결정에 따라 한수원은 즉시 재가동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설비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정이 마무리되면 정기검사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뒤 내년 2월 발전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재가동이 "AI 및 데이터 센터 확충 등 미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안정적 공급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분야의 전력 요구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한 GPU 26만 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최대 1GW의 전력이 필요하다. 고리 2호기 발전량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도 기존 원전의 갑작스러운 공백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장기 운전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92기 가운데 84기가 기존 40년+20년 연장을 이미 승인받았고, 버지니아 서리 1호기는 2052년까지 총 80년 운전이 가능하다. 일본·프랑스·스웨덴도 최대 60~80년 수준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국내 원전이 기술적으로 80년 이상 운전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원안위에 계속 운전 심사를 신청한 원전은 총 10기다. 발전 용량은 8.45GW, 전체 원전 발전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원안위는 멈춰 있는 고리 3·4호기 심의를 내년 상반기, 다음 달 정지되는 한빛 1호기의 심의를 내년 하반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울 1·2호기는 2027년 상반기, 월성 2·3·4호기는 2027년 하반기에 재가동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환경단체는 원안위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을 내고 원안위의 결정을 "국민 안전을 포기한 조치"라고 규정하며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정의행동은 "(계속 운전의) 절차적 적정성과 안전성 검증 과정이 미흡했다"며 "정부가 '실용'을 내세워 위험한 연장 절차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