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SML]](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1/283319_284677_2610.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글로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12일 경기 화성 동탄 신사옥 개소식을 열었다.
이번 일정에는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 경영자(CEO)가 직접 방한, 참석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 한국을 찾는 푸케 CEO의 방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기술 동맹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로 평가된다.
ASML은 이번 신사옥 개소를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공정 분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 D램과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 등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총 2400억원을 투입해 완공된 동탄 사옥은 ASML의 한국 내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업계는 이번 시설이 단순한 지역 본사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기술과 ASML의 장비 역량을 연결하는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V 노광 장비는 빛의 파장이 13.5㎚로, 193㎚ 파장을 사용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보다 훨씬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이 장비를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EUV'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기존 EUV 장비의 한계를 넘는 신형 장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이 NA EUV는 기존 장비보다 렌즈의 빛 모음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인 NA를 0.33에서 0.55로 높였다. 회로 정밀도는 1.7배 향상됐고, 가격은 대당 5500억원으로 기존 장비보다 83.3% 비싸다. 연간 생산량이 7~8대에 불과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이 NA EUV 한 대를 도입하고, 내년 상반기 한 대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미 경기 화성캠퍼스에 R&D용 장비를 설치한 삼성전자는 새 장비를 2㎚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며, 2027년께 양산할 예정인 VCT D램 개발에도 이를 활용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월 경기 이천 M16 공장에 하이 NA EUV를 들여왔다. 양산용 D램 공장에 이 장비를 설치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고성능·저전력 D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7억 유로 규모의 공동 연구 개발(R&D) 센터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전용 EUV 연구소와 R&D용 라인을 갖춘 '조인트 랩(Joint Lab)'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부지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한편, 푸케 CEO는 방한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회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방문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고, 최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본사를 직접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이 성사된다면, ASML의 한국 내 투자 확대 및 하이 NA EUV 공급 협력 구체화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