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상승 랠리를 펼치던 코스피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커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투매 강도가 급격히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 전망을 넘어 750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도 있다.
다만, 미국 지역은행에서 발생한 '신용 부실 리스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현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72.69포인트(1.81%) 하락한 3953.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3900선을 내주기도 했지만 장 막판 낙폭을 줄여 약세 마감했다.
10월 들어 3500선을 돌파해 4200선 돌파까지 20% 가까이 상승한 코스피는 AI 고밸류 부담 속에서 미국발 노동시장 냉각 우려마저 더해지면서 극도의 경계감이 작용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서 경고 목소리가 나온 점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최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파이낸셜 리더스 인베스트먼트 서밋’ 행사에서 “앞으로 12~24개월 이내에 주식시장이 10~20%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같은 행사에서 “주기적인 조정은 위기의 징조가 아니라 시장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10~15%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며 뉴욕증시 고평가에 부담을 느끼던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상승 랠리도 전날 한때 고점 대비 8% 넘게 하락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시장은 AI 고점론보다 '미국 신용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구조화 상품'이 다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중고차 담보대출 업체인 트라이컬러 등 서브프라임(저신용자) 대상 자동차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보호신청을 하면서 지역은행들이 부실 및 사기성 대출로 인한 손실을 발표했다.
저신용 대출자 증가와 '구조화 상품'이 엮이면서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떠올랐다. 2008년 당시 저신용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한 구조화 상품 '주택저당증권(MBS)'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주택 가격 폭락으로 인해 저신용자가 파산하자 MBS를 거래한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이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린다.
최근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 구조화 상품은 프라이빗 크레딧 부채담보부증권(CLO)과 유사한 구조로 알려졌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는 기업에 대출해 주고 받은 채권을 다시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CLO를 만들어 판매한다.
금융기관과 CLO 투자자가 하나의 채권을 놓고 각각 다른 권리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구조화 상품은 상당한 규모일 가능성이 있어 신용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구조화 상품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에도 리스크를 진단할 당시에는 위험성이 제한적이라고 시장이 판단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라이컬러 사태는 단순한 기업 파산이 아닌 유동성의 속도와 자산의 중복이 결합할 때 금융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허수로 팽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담보가 몇 번 거래되고, 어떤 권리가 겹쳐 있는가'를 투명하게 아는 것"이라며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제도권의 합법적 구조조차 신뢰를 잃고 또 다른 시스템 리스크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