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정부가 연간 최대 200억달러(약 28조5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재원을 외화 수익과 기금채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9일 한미는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달러(약 285조원)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을 한국 기업의 주도로 추진하고,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대미 투자 특별 법안을 신속히 준비해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200억달러 투자는 당초 미국의 요구보다 완화된 조건이지만,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220억달러)의 4.7%에 달하는 금액이다. 10년간 총 투자금액이 현재 외환보유액의 47.4%에 달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본 재원인 외환보유액 손실과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연간 200억달러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직접투자(FDI) 금액인 224억달러와 비슷하다.
정부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펀드 재원을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벌어들인 이자·배당 수입과 신설되는 대미 투자펀드 기금(가칭)이 정부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채권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 중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약 3784억달러)과 예치금 및 현금성 자산(약 250억달러)은 4034억달러다. 이 돈을 10년 만기 미 국채에만 넣어놔도 금리가 연 4% 정도는 되기 때문에 연간 160억달러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외환 보유액을 위탁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지난 5년(2020~2024년) 평균 운용 수익률이 5.7%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을 다소 높이면 외환 보유액을 헐지 않고도 운용 수익만으로 연간 200억달러는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다만 구 부총리는 국감에서 “기본적으로 지금 외환 보유액 운용 수익이 한 (연간) 150억달러 내외”라며 “만약 부족하다면 국책 기관에서, 또 해외에서 조달하는 부분도 할 것”이라고 했다.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속적인 대미 외화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