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이재명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의 인사·예산·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하면서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사법부 신뢰 회복과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의 행정 조직을 직접 손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정조준한 조치로 해석된다.
TF 단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MBC 방송에서 “아직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사법행정의 폐쇄성과 사법부 내부 독립 저해 요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법원행정처 대신 비(非)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20년 이탄희 전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내용으로, 전체 위원의 3분의 2를 변호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지를 제기한 바 있다.
여권 내 조국혁신당 역시 법원행정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대법원을 찾아 “조희대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며 “법원행정처를 해체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법원 행정을 좌우할 경우 사법부 독립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미 다수의 사법개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판·검사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 구속영장 국민심사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진행을 일시 중지할 수 있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다시 논의되고 있어, 야권은 “정권 안위를 위한 사법 장악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APEC 정상회의 기간 ‘정쟁 중단’을 제안한 직후 법원행정처 폐지를 꺼낸 것을 두고 “뒤통수 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가 광기 수준에 이르렀다”며 “법원행정처 폐지는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81781_283029_122.jpg)
한편,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4일 대법원장 지시로 비상계엄 심야회의가 열렸다”며 “조 대법원장이 계엄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영문을 파악하기 위해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밤 12시 40분에 뒤늦게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천 처장은 또 “국회 기능 정지는 명백한 위헌이며, 사법 기능이 마비됐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천 처장이 법원행정처를 지키기 위해 공개장소에서 내란재판부에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이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법원행정처 폐지까지 추진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권 방패용 사법 장악 시도”,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