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토지는 못 줘"…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앞두고 法 권고 '거부'

현대건설 "토지는 못 줘"…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앞두고 法 권고 '거부'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0.29 16:5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중앙지법 "소유주에게 땅 돌려줘라"… 현건 "무조건 양도는 배임"
시가 2조 6000억 규모 토지, 70년대 개발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정비업계 "시공권 협상 카드 될 수도"… 재건축 향배 촉각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서울 강남 압구정동 재건축의 상징 격인 현대아파트가 또다시 법적 논란에 휘말렸다. 법원이 토지 소유권을 아파트 소유주에게 넘기라는 화해 권고를 내렸지만, 현대건설이 "조건 없는 양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서울시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압구정 3구역은 면적 36만 187.8㎡에 현대 1~7차, 10, 13, 14차 등 3946가구가 포함된 대규모 단지다. 이 가운데 현대 3·4차 아파트 부지 9필지의 소유권은 현재 서울시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1970년대 개발 당시 건설사가 분양자에게 건물만 넘기고, 토지 소유권은 남겨둔 데서 비롯됐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등기상 소유자는 바뀌지 않았고, 현재 기준으로 지분과 시가를 따지면 약 2조 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결국 현대 3·4차 아파트 소유주 125명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조건 없이 토지 소유권을 소유주들에게 이전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권고 후 2주 안에 이의 제기가 없으면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현대건설은 즉각 거부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최근 열린 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했고, 현대건설은 "무조건 넘기면 배임이 된다. 법원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번 권고가 사실상 현대건설의 패소 가능성을 전제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조건 없는 소유권 이전을 명한 건 현대건설이 개발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현대건설은 '주주 책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끝까지 맞서겠다는 분위기다. 회사 측이 화해 권고를 거부하면, 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다시 넘어간다.

정비업계에선 현대건설이 자사의 땅을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현대건설의 실수로 얻은 토지 소유권이 시공권 확보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3구역 재건축의 향방은 법원의 최종 판단에 달렸다"며 "토지 등기 문제로 행정 절차가 지연될 경우,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