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그간 재벌 계열사들이 과도한 상호 채무보증을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가 줄도산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199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가 등장했다.
이는 기업들에게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다.
이에 기업들이 채무보증을 직접 할 수 없게 되자, 일부 기업은 총수익스와프인 TRS((Total Return Swap, TRS)와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과 같은 효과를 내는 ‘우회 행위’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사례 또한 빈번했는데, 올해 이 같은 계열사 간 채무보증액이 역대 최소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 채무보증·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상출집단의 채무보증액은 470억원으로 1998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작았다. 작년(5695억 원)에 비해서도 91.7%(5225억원) 급감했다.
상출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중 자산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11조6천억원) 이상인 곳으로, 올해 5월 기준 46개다.
채무보증액 증가는 통상 신규 지정 집단에 채무보증이 있는 경우인데, 올해 새로 지정된 곳(한국앤컴퍼니·두나무)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보증 가운데 4428억원은 해소되거나 상출집단 지정 제외(태영·에코프로)로 빠졌다. 올해 남은 470억원(GS·KCC)은 산업합리화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한제외대상 채무보증’이었다.
관련 채무보증 역시 올해 신규 발생이 없고, 상환이나 지정 제외로 작년보다 62.9%(797억원) 줄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상출집단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당초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채무보증액은 63조4594억원이었지만, 이후 지속해 감소하면서 제도가 시장 준칙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공정위는 평가했다.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기업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규모는 감소세가 이어졌다.
상출집단 계열사 간 TRS 거래 규모는 올해 1조 567억원으로 지난해(1조1667억원) 대비 9.4%(11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올해 SK·현대자동차·DL의 TRS는 탈법행위 고시 규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주식 기초자산 거래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규제 시행에 앞서 자발적으로 거래 관행을 개선한 결과로 해석했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방식을 막고자 내년 4월부터 탈법행위 고시를 시행할 예정이다.
규율 대상은 각각 채무증권·신용변동·신용연계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신용부도스와프(CDS)·신용연계채권(CLN)이다. 신용 위험만 이전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