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28일 공개됐다. 김 전 의원은 메시지에서 “유비가 눈밭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만나셔야 한다”며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만남을 권유했지만, 오 시장은 답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 메시지를 두고 “김영선의 연애편지”라고 주장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 피는 꽃처럼”...시(詩) 같은 문자 두 통
당시 오세훈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 약 두 달 전인 2021년 2월 23일 밤 10시경 오 시장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의원은 “봄이 오는 길목에 피는 꽃이 아름답듯이, 희로애락의 인간사에 앵도라지고 툴툴거리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에 꼭 손을 쥐어주는 정성도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일 일찍 꼭 반드시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시기를! 인기척을 꼭 기다리는 앙망을 알아주세요. 채송화 꽃이 기다림을 놓치고 나면 그 찰나가 언제 또 오리요”라며 “옷깃 스치는 순간을 놓치면 채송화 그리움은 오뉴월 서리가 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문학적인 표현이 섞인 이 문자를 받은 오 시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튿날 오전 8시, 김 전 의원은 다시 “유비가 눈밭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오늘 꼭 만나셔야 한다. 그 만남은 천하를 위하는 실행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날 김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여의도의 오세훈 캠프를 직접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때 김 전 의원이 언급한 ‘제갈공명’이 명태균 씨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하를 도모할 절대절명의 찰나”… 오 시장은 묵묵부답
김 전 의원은 같은 문자에서 “당신은 간절한 여러 사람의 여망을 담는 큰 보자기다”라며 “위로하고 배려하여 큰 천하를 도모할 절대절명의 찰나”라고 했다.
이어 “마음을 열고 기다리게 해놓았을 때 꼭지를 따야 한다. 오늘은 반드시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시라. 간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 문자에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김 전 의원이 보낸 이 문자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연애편지다”주장 삼고초려 왜곡...반전
명태균 씨는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선이 오세훈에게 연애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드미스가 오 시장을 사모해 도와줬다”면서 “오 시장이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했다, ○○○ 식당에서 울었다”는 등의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오 시장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명씨가 캠프에 발도 못 들였다”며 “본인이 일곱 번이나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은 스토킹에 가까운 접근이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명씨가 ‘김영선의 연애편지’를 언급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내달 8일 오세훈·명태균 대질 조사 예정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내달 8일 오세훈 시장과 명태균 씨를 대질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명씨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3300만원을 측근 김한정 씨에게 대납시킨 혐의를 수사 중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명씨의 주장을 보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허위극은 곧 드러날 것이고, 오 시장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를 중개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단순 ‘연애편지’ 수준을 넘어선 선거 개입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검의 대질 조사 결과가 향후 정치권 파장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태균의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의 국감장에서의 발언을 두고 “사적인 일도 외부에 망신주기 식으로 알리지 않는 법”이라면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연애편지’, ‘올드미스’라고 발언을 해 김영선 전 의원을 모욕한 행위는 명 씨에게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