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연애편지”주장했던 김영선-오세훈 문자 “명태균 꼭 만나달라”

명태균 “연애편지”주장했던 김영선-오세훈 문자 “명태균 꼭 만나달라”

  • 기자명 김종연 기자
  • 입력 2025.10.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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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1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8.1. /사진 = 연합뉴스
공천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1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8.1. /사진 = 연합뉴스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28일 공개됐다. 김 전 의원은 메시지에서 “유비가 눈밭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만나셔야 한다”며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만남을 권유했지만, 오 시장은 답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 메시지를 두고 “김영선의 연애편지”라고 주장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 피는 꽃처럼”...시(詩) 같은 문자 두 통

당시 오세훈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 약 두 달 전인 2021년 2월 23일 밤 10시경 오 시장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의원은 “봄이 오는 길목에 피는 꽃이 아름답듯이, 희로애락의 인간사에 앵도라지고 툴툴거리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에 꼭 손을 쥐어주는 정성도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일 일찍 꼭 반드시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시기를! 인기척을 꼭 기다리는 앙망을 알아주세요. 채송화 꽃이 기다림을 놓치고 나면 그 찰나가 언제 또 오리요”라며 “옷깃 스치는 순간을 놓치면 채송화 그리움은 오뉴월 서리가 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문학적인 표현이 섞인 이 문자를 받은 오 시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튿날 오전 8시, 김 전 의원은 다시 “유비가 눈밭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오늘 꼭 만나셔야 한다. 그 만남은 천하를 위하는 실행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날 김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여의도의 오세훈 캠프를 직접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때 김 전 의원이 언급한 ‘제갈공명’이 명태균 씨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하를 도모할 절대절명의 찰나”… 오 시장은 묵묵부답

김 전 의원은 같은 문자에서 “당신은 간절한 여러 사람의 여망을 담는 큰 보자기다”라며 “위로하고 배려하여 큰 천하를 도모할 절대절명의 찰나”라고 했다.

이어 “마음을 열고 기다리게 해놓았을 때 꼭지를 따야 한다. 오늘은 반드시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시라. 간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 문자에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김 전 의원이 보낸 이 문자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측부터)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명태균 씨,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김소연 변호사 페이스북).
(좌측부터)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명태균 씨,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김소연 변호사 페이스북).

 

명태균 “연애편지다”주장 삼고초려 왜곡...반전

명태균 씨는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선이 오세훈에게 연애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드미스가 오 시장을 사모해 도와줬다”면서 “오 시장이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했다, ○○○ 식당에서 울었다”는 등의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오 시장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명씨가 캠프에 발도 못 들였다”며 “본인이 일곱 번이나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은 스토킹에 가까운 접근이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명씨가 ‘김영선의 연애편지’를 언급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내달 8일 오세훈·명태균 대질 조사 예정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내달 8일 오세훈 시장과 명태균 씨를 대질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명씨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3300만원을 측근 김한정 씨에게 대납시킨 혐의를 수사 중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명씨의 주장을 보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허위극은 곧 드러날 것이고, 오 시장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를 중개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단순 ‘연애편지’ 수준을 넘어선 선거 개입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검의 대질 조사 결과가 향후 정치권 파장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태균의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의 국감장에서의 발언을 두고 “사적인 일도 외부에 망신주기 식으로 알리지 않는 법”이라면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연애편지’, ‘올드미스’라고 발언을 해 김영선 전 의원을 모욕한 행위는 명 씨에게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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