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전력]](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79805_280817_4030.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전력이 대규모 부채 부담 속 재무 개선 핵심안으로 앞세웠던 '자산 매각'을 제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실제로 처분한 자산은 약속했던 규모의 60%에 그쳐, 재무 건전화를 위한 '속도전'이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 매각은 한전의 재정 정상화를 위한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었다. 2022년 한전은 '재정 건전화 5개년 계획'을 수립, "2026년까지 22조 64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2024년까지 1조 44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실제 매각 실적은 8448억원으로 목표 60%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정도 성과로는 급증한 부채 구조를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의 부채는 이미 206조원을 넘어섰고, 8448억원은 불과 두 달 치 이자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전력 시장 불안과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한전의 재무 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전은 자산 매각이 늦어지는 이유로 '인허가 지연'과 '부동산 가치 제고 작업'을 들고 있다.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와 노원구 인재개발원 부지가 대표적 예다. 한전은 지난해 이 두 곳을 매각 대상으로 공개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결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부지는 각각 약 8000억원대로 평가되며 매각 시 단기간에 재무 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꼽혔다. 하지만 여의도 부지는 부지 내 변전소 지하화 문제로 인허가 절차가 미뤄지고 있고, 노원 부지는 용도 변경을 통한 가치 상승 절차가 길어지면서 매각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해외 자산 정리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전은 필리핀, 요르단, 미국 괌 등 5곳 발전소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27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도 매각이 완료되지 않았다. 일부 발전소는 매각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고, 나머지는 협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한전의 재무 개선 효과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일정 부분 부채 구조가 개선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추가 차입 부담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한전의 자산 매각이 재정 문제를 넘어 '경영 신뢰'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전이 밝힌 "2026년까지 22조 6400억원 재무 개선" 계획의 현실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편, 한전 내부에선 매각 지연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부채 비율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강도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매각 지연이 이어진다면, 재정 건전화는 '계획된 미래'가 아닌 '지연된 약속'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