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북한의 핵 개발을 ‘체제 유지’용으로 규정하고, 남한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 행사에서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무기는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에 대한 우려는 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북한을 자꾸 다른 이유로 자극하고 도발한다"고 말했다.
2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북한의 핵 개발을 단순한 '체제 유지' 차원으로 정당화하는 듯한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한국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북한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수차례 군사적 도발을 단행했으며, 이는 북한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행동이었고 한국이 선제적으로 도발한 사례는 없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호전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리는 <조선일보>에 “핵 개발, 무장 공비 침투, 드론 침투 등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마치 한국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LA 발언'과 매우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국제문제협의회(WAC) 오찬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체제 안전 보장을 받으려는 의도”라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비판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보유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LA 발언은 한미동맹의 불신을 확산시켰다.
결국 이듬해인 2005년 부산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최악의 정상회담’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무현·부시 관계가 악화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갈등이 심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을 '체제 유지용'으로 규정하고 한국을 긴장 유발자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장소가 미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경제설명회였다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LA 발언과 닮았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갈등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가 필요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투자자들 앞에서 북한 핵 수출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메시지 관리의 실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