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9/275779_276528_946.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을 구금한 것을 두고 편법 인력 파견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단속에서 예상보다 많은 한국인이 구금된 건 대다수가 합법적인 취업 비자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H-1B, H-2B, L-1 등 정식 비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발급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연간 발급 규모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비자 대기 기간은 더 길어졌다.
이에 많은 기업은 단기 출장용 전자여행허가(ESTA)나 상용(B-1) 비자를 활용해 인력을 파견해 왔다. ESTA는 90일, B-1은 6개월까지 회의·계약·시장 조사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취업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번 단속에서 당국이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외국인이 현지에서 근무하는 것은 자국민 일자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투자 확대와 맞물려 관행이 묵인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 속에선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215억 달러, 약 29조 870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 대미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정작 인력 파견을 담보할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았다. H-1B는 매년 8만 5000개 중 한국인 승인이 약 2000명에 불과하고, H-2B 역시 연간 6만 6000개로 제한돼 매년 조기 마감된다. 기업들이 ESTA나 B-1을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동맹국·우호국 가운데 한국만 비자 혜택이 예외라는 점이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칠레·호주 등 FTA 체결국에 대해 국가별 전문직 비자 쿼터를 설정해왔다. 캐나다·멕시코는 무제한,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 1400명, 호주는 1만 500명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쿼터가 전혀 없다. 2013년 이후 회기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7월 한국계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과 시드니 캄라거-도브 민주당 하원의원은 연간 최대 1만 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한국인에게 허용하는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은 외국인 취업 확대라는 점에서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정면으로 맞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해법은 외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한국 측에서 비자 확대를 타진했으나 미국 정부의 반응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인력 파견을 뒷받침할 제도는 여전히 멈춰 있다"며 "이번 단속은 그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적 위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