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대 공실 약 4만가구…소득·자산 등 까다로운 청약제도 개선 시급

LH 임대 공실 약 4만가구…소득·자산 등 까다로운 청약제도 개선 시급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9.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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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4년간 임대손실 1600억 달해
공공분양 수익 필요…방향 정해야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연합뉴스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한 가운데 LH의 임대주택 청약제도의 허점이 제기됐다. 

소득·자산 등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데다 주택형 규모와 수요자 간 ‘미스매칭’에 빈집을 양산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LH에 따르면, LH가 전국에 관리 중인 건설임대 주택 98만2867가구 중 6개월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한 주택이 3만9889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빈집이 1만3268가구로 가장 많았고, 충남(5841가구), 전북(3202가구), 경남(2654가구), 경북(2150가구), 부산(2109가구), 인천(867가구), 서울(407가구) 등 순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소득·자산 등 까다로운 요건으로 청약 부적격자가 다수 발생되기 때문이다. LH의 국민임대 주택 요건은 전용 60㎡ 미만의 주택의 경우,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여야 한다.

3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이 533만 원, 4인 가구는 600만 원 이하여야 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것이다. 또한 토지와 건물 등 합산이 3억3700만 원을 초과한 자산을 보유했을 경우 청약 자격에서 제외된다. 수입 차량 기준가액 3800만 원 이상이면 역시 청약 자격이 박탈된다. 

LH가 공급하는 주택형 규모와 수요자 간 ‘미스매칭’도 빈집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LH는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전용 36㎡ 이하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 중이다. 하지만 수도권 다수의 지역에서 미달이다. 

실제 지난달 입주자 모집을 마감한 인천 남동구 서창 14구역 행복주택의 경우 대상에 따라 경쟁률 차이가 심하다. 

대학생·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용 36㎡ 규모는 50가구 모집 경쟁률이 7.68대 1인 반면, 같은 주택형에서 신혼부부·한 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는 120가구 모집에 14가구만 지원해 0.12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조건 완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득·자산 요건 등이 한정된 재화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하나의 역할을 하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빈집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유연하게 계층과 대상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시장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대차 3법’의 조기 시행으로 전세 대란이 발생하자 LH가 보유한 빈집에 대해 소득·자산 요건을 배제하고 무주택자에게 공공 전세 물량으로 내놓은 바 있다. 

LH는 건설임대주택 빈집으로 인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600억 원의 임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정부는 LH의 공적 역할 강화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 규모는 160조 원에 달한다. 

LH 개혁의 선행과제로 꼽히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임대주택 공실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취약계층 등의 주거복지를 지원하는 제도인 임대주택이 근본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다 매년 유지·관리비용으로도 1조 원 이상이 지출된다는 점이다. 

LH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고자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일정한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민간 건설사들이 자체 사업을 하고 싶어도 직접 택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일부는 민간에 판매해 민영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의 이런 사업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민간에 넘긴 공공택지의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수분양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 대통령은 "(LH의) 택지 공급 가격과 실제 가격에 차이가 생겨 (건설사들이) 소위 벌떼 입찰을 하고 '로또 분양'을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이 있다 보니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 영역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LH가 시행사를 맡아 직접 주택을 짓고 건설사에는 건축 도급만 주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LH가 서민 주거복지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긴 하지만 엄연한 기업인 만큼 택지 분양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방안은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거나 수익성 영역을 어떻게든 유지해야 하는데, 서민 지원이라는 정책 성격상 임대주택 임대료를 크게 올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는 부채가 160조 원에 달하는 점이 부담 요인”이라며 “LH 개혁 드라이브에 따라 택지매각에 제동이 걸리면 수입 확보를 위해 임대주택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LH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무조건 낮은 분양가로 가면서 로또 분양을 계속 만들 것인지, 아니면 시세보다는 당연히 낮아야 하지만 시장을 안정화하면서 공공분양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내 임대사업 손실을 메울 수 있게 할 것이냐를 두고 명확한 방향을 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LH 개혁위에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겠지만, 어떤 대안이 등장하든 LH가 재무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분석이 돼야 할 것”이라며 “LH가 현실적으로 공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업·재무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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