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공사 미수금 '21조' 돌파… 협력업체 연쇄 도산 우려

10대 건설사 공사 미수금 '21조' 돌파… 협력업체 연쇄 도산 우려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8.26 15:43
  • 수정 2025.08.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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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확산·자금 경색, 건설업 전반으로 압박 심화
고용·신탁사 실적 악화로 파장, 경기 회복 지연 전망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대형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와 자금 회수 지연이 맞물리면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고, 그 여파는 협력업체 도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은 21조 453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한 규모다. 공사 미수금은 공사 완료 후 발주처에 청구했으나 지급되지 않은 금액이다.

10대 건설사 중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6360억원에서 6조 336억원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등 해외 현장뿐 아니라 국내 아파트 공사 대금 회수 지연이 겹친 결과다. 

문제는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21년 6월 1만 6289가구에서 올해 6월 6만 3734가구로 늘어났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도 같은 기간 9008가구에서 2만 6716가구로 급증했다.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정산하는 국내 건설 구조상, 미분양은 곧바로 유동성 압박으로 연결된다. 장기화 시 중소 건설사와 하청업체부터 시작해 대형사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폐업 증가도 뚜렷하다. 올해 7월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309곳으로, PF 부실로 타격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을 웃돌았다. 하루 평균 1.5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시공 능력 평가 111위 영무토건은 공사 미수금이 2020년 640억원에서 지난해 994억원으로 불어나며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67위 홍성건설도 미수금 회수 지연으로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고용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 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14만 6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상반기 27만 4000명이 줄어든 이후 26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 내년에도 회복은 어렵다"며 "일용직 취업을 포함해 제조·기계·금융 등 산업 전반으로 악영향이 번질 수 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공사를 마쳤지만 청구조차 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액은 15조 3957억원에 달했다. 인건비·자재비 상승으로 예산을 초과해 발생한 비용을 발주처와 조율하지 못하면서 미청구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심화되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부동산 불황은 신탁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신탁사 14곳은 올해 2분기 1195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68.2%였던 평균 부채 비율은 1분기 92.8%, 2분기 102.6%로 급등했다. 건설 인허가와 자금 조달을 대행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지만, 현장 축소와 자금 경색으로 수익 기반이 무너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미분양 확대와 자금 회수 지연이 이어지면 건설사 단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시장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자금 순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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