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 노사협의 요구를 확대하고, 노동조합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 ‘재계의 큰 어른’으로 꼽히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CJ그룹 회장)은 노란봉투법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손경식 회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우리 경제는 미국의 관세 정책, 글로벌 경쟁 심화 같은 요인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도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올해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운을 뗐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3708억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규모다. 또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손경식 회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8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산업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저는 그동안 노동조합법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인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며 “또한 기업들과 논의 끝에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너무 많고, 급여를 압류해서 근로자들의 생활 유지가 어려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되었던 법안인데, 이런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여당 지도부와 환노위 국회의원들을 만나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 대신 원청자를 노사 교섭 대상으로 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 기업의 경영전략까지 쟁의대상으로 하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조법 제2조 개정에 대해서는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현행법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럼에도 환노위에서 경영계의 제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해 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를)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이 하청 업체 근로자의 원청 노사협의 요구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 손 회장은 “우리 대법원은 단체교섭 당사자 여부를 일관되게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는데,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고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수십, 수백 개의 하청 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또한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기업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어 걱정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의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과 관련해선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도 확대하고 있는데, 현행법은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만이 쟁의행위 대상이 되지만, 개정안은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 사항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이처럼 노조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잦고 과격한 쟁의행위로 우리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조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여 수용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으나 거부권 행사에 막혀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 28일 국회 환노위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의결되면서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