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처=시그널 홈페이지]](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7/271255_271871_3825.pn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텔레그램의 철옹성이 무너지면서 국내 재계, 정계 고위층이 더 강력한 보안을 찾아 '시그널'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 국내 4대 그룹 계열사는 임원 교육에서 시그널을 소개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꼭 사용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높다는 설명과 함께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며 "이미 CEO(최고경영자)는 쓰고 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8월 텔레그램 창업자가 프랑스 검찰에 체포된 이후 본격화됐다. 창업자 체포 이후 텔레그램은 전 세계 수사 기관에 적극 협조하는 것으로 기조를 180도 바꿨다. 한국 경찰청 협조 요청에도 95% 이상 응답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재계 인사들이 선호하던 '추적당하지 않는 메신저'라는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시그널재단이 2014년 출시한 '시그널'은 강력한 보안성이 강점이다. 모든 대화에 '종단 간 암호화(E2EE)'가 적용, 수신자와 발신자만 해독할 수 있다. 메시지는 서버 대신 대화 당사자의 스마트폰에만 저장된다. 보낸 메시지를 30초 뒤 지울 수 있으며, 삭제된 내역은 디지털 포렌식으로도 복구하기 어렵다.
시그널은 클라우드 백업을 지원하지 않으며, 메시지 내용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기기 간 데이터 이전은 수동으로만 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메시지 유출 위험을 원천 차단해야 하는 경영진에게 백업 불가능한 특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이에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시그널이 활용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과 모든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시그널이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실수로 기자를 시그널 채팅방에 초대, 군사 기밀을 유출하는 '시그널 게이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은 오히려 시그널 홍보 효과를 낳았다.
모바일 시장 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시그널 메신저 순 이용자는 작년 8월 15만명 선이었으나, 꾸준히 증가해 올 4월 20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시그널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6만 4981명을 기록, 전년 같은 달 대비 3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은 MAU(353만9192명)가 1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시그널의 강력한 보안 정책은 재계 고위 관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신뢰도 추락에서 시작된 '시그널 바람'은 보안 메신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중대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