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전쟁 한창인데" 한국GM, 파업 절차 돌입… 찬성률 88.2%로 가결

"美 관세 전쟁 한창인데" 한국GM, 파업 절차 돌입… 찬성률 88.2%로 가결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6.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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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역대 최고 찬성률로 쟁의행위 가결… 중노위 조정 신청 예정
임금인상·성과급 요구 놓고 노사 극한 대립… 자산매각 반대도 쟁점
생산량 90% 수출 의존하는데 美 25% 관세까지… "사업존속 우려"

한국GM [사진=연합뉴스]
한국GM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25% 고율 관세 부과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GM 노조가 압도적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하며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 18~19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6851명 중 6042명이 참여해 88.2%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88.2%는 역대 최고 수준 찬성률로, 노조는 이르면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관련법에 따라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쟁의행위 결의 배경에는 난항을 겪는 임금 및 단체협상이 있다. 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총 7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4만13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해 회사가 1조 3567억원의 영업 이익을 거둔 만큼 당기순이익의 15%를 기준으로 조합원 1인당 약 4136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현재의 생산·수익 환경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는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임금 인상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임금 문제 외에도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깊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달 일방적으로 발표한 전국 9곳의 직영 서비스센터 전체와 부평공장 일부 부지 매각 계획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 불안을 부를 수 있는 자산 매각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사측이 대법원에서 징계 확정 판결을 받은 현 노조 지부장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양측 감정은 더욱 격화됐다.

노조는 오는 23일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산 매각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노조 간부들은 출퇴근 시간 선전전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26일에는 현장 순회를 진행하고, 2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여는 등 활동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문제는 노사 갈등이 심각한 대외 악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GM은 생산량 90% 안팎을 미국 등에 수출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선 관세 부담으로 대미 수출이 20% 이상 감소할 경우 한국GM의 국내 생산량이 70만~90만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GM이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는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여서 관세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 중심의 국내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기업 경영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며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의 경우 이중고로 인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압력과 노동 쟁의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한국GM의 국내 생산 기반 유지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사업 규모 축소나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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