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6/266975_267290_3518.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적 지위로 끌어올린 배경에는 서방의 엄격한 환경 규제와 대조되는 낮은 환경 의식 그리고 40년간 지속된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이 있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상 17개 원소를 통칭하며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다. 명칭과 달리 매장량 자체는 풍부하지만, 경제성 있는 채굴과 정제가 극히 어려워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하게 됐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체계적 산업 육성에서 비롯됐다. 덩샤오핑은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며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공식화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며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환경 문제로 희토류 생산을 기피했다. 희토류 1톤을 정제하는 과정에서는 독성 가스 6300만 리터, 산성 폐수 20만 리터, 방사성 폐수 1톤이 발생한다. 이에 미국은 2002년 세계 2위 규모의 '마운틴 패스' 광산을 폐쇄했고, 말레이시아·프랑스도 1990년대에 환경 이슈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정제소를 영구 폐쇄됐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이 유독 물질을 사용하는 위험한 과정임에도 환경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미얀마, 호주, 미국에서도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가공은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최근 미·중 무역 전쟁에서 위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은 지난 4월 4일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7종의 중희토류와 자석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섰다.
이는 미국 자동차, 국방 산업에 즉각적인 타격을 줬다. 포드는 영구자석 부족으로 5월 말 시카고 SUV 공장 가동을 일주일간 멈췄고, GM과 스텔란티스도 생산 차질을 우려했다. 특히 전기차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인 중희토류 '디스프로슘'은 거의 중국에서만 생산된다. 네오디뮴 자석은 철 자석보다 최대 15배 강한 자력을 지닌 디스프로슘은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양국은 결국 지난 9~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고위급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중국이 6개월간 한시적으로 희토류 수출 면허를 복원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희토류로 미국의 수출 통제와 무역 협상을 연계하도록 이끈 것"이라며 "양국 경제관계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에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국방부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희토류 자립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다만 지난해 기준 미국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생산 비율은 1.7%에 불과해 단기간 내 중국의 독점을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의 투자에도 미국은 중국에서 독립된 희토류 공급망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헤베 첸 밴티지마켓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역 협상 재개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중국이 조용히 우위를 확보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