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6/266844_267137_16.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대만이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나서며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봉쇄전선에 합류했다.
대만 경제부 산하 국제무역국(ITA)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화웨이와 SMIC를 포함한 계열사 등 약 601개 기관을 '전략적 첨단 기술 품목 거래제한 기업 목록(SHTC entity list)'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목록에 등재된 기업에 제품이나 기술을 수출하려는 대만 기업은 반드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만 정부가 주요 중국 기술 기업을 직접 통제 목록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TSMC 등 개별 기업 차원의 대중국 기술 통제는 있었으나, 정부가 주도해 핵심 기업을 지정한 사례는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당국이 중국의 기술 유출과 인재 확보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대만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정적 계기는 화웨이 대리 주문 업체가 TSMC에 AI 칩을 주문, 상당량이 화웨이에 유입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었다. 대만 기업의 기술과 장비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돕고, 이것이 결국 대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리정셴 대만 국립성공대 교수는 "대만 기업 도움으로 건설된 공장에서 생산된 칩은 결국 대만을 겨냥한 중국 미사일에 사용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실제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지난해 14억 달러로 2019년 대비 5배 이상 급증, 기술 유출 우려가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화웨이와 SMIC는 미국 제재에도 협력을 통해 2023년 7㎚ 공정 칩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해 5나노 칩 생산을 시작했다. 양 사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3나노 칩 개발에도 착수했지만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네덜란드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수율과 성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 SMIC는 점유율 6.0%로 2위 삼성전자(7.7%)를 맹추격하고 있다. 화웨이와 SMIC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DUV 장비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2~3년 수준으로 좁혀왔다.
대만의 합류로 미국 주도의 '반도체 봉쇄전선'은 일본·네덜란드 등 주요 장비국과의 공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더 큰 장벽에 부딪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화웨이와 SMIC는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대만산 공장 건설 기술, 소재, 장비 접근이 차단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추가 규제는 EUV 장비 확보가 불가능한 중국의 3나노 이하 공정 진입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