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MM3E)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6/266482_266710_528.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앞으로 10년 안에 D램을 최대 24단까지 쌓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등장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HBF)'가 개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열린 '차세대 HBM 로드맵(2025~2040) 기술 발표회'에서 이 같은 미래상을 공개했다. HBM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 교수는 HBM의 기본 구조를 처음 제시, 국내 기업의 HBM 사업 주춧돌을 놓은 인물이다.
김 교사에 따르면 HBM은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I/O) 수는 HBM3E 1024개에서 HBM4 2048개로 늘고, 2038년쯤 개발될 HBM8에서는 1만 6384개까지 확장된다.
데이터 전송 능력은 3년마다 2배 이상 개선되는 'AI 스케일링 법칙'을 따른다. HBM4의 데이터 처리량은 초당 2TB지만, HBM8은 초당 64TB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HBM3E의 64배 수준이다.
HBM 경쟁은 내년 양산될 6세대 제품 HBM4부터 질적으로 변화한다. 기존에는 D램을 더 높이, 더 많이 쌓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맞춤형 설계'가 핵심이 된다. HBM 가장 아래층의 베이스 다이가 단순 연결 기능을 넘어 일부 연산 기능까지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은 HBM4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 기반으로 복수의 고객과 맞춤형 HBM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기술력 강화를 위해 대만 TSMC와 협력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성능 향상에 따라 HBM 발전의 무게중심은 '열을 제어하는 기술'로 옮겨갈 전망이다. 김정호 교수는 "HBM은 열과 전기 에너지와의 싸움"이라며 "2029년쯤 나올 HBM5부터는 특수 액체에 반도체를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며 "HBM7 단계에서는 칩 사이에 냉각수를 직접 흘리는 '임베디드 쿨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9년 HBM5에서는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탑재한 '컴퓨팅 다이'가 도입되고, HBM6부터는 단순 수직 적층을 넘어 옆으로 확장하는 '멀티 타워' 구조가 등장한다. 데이터 경로 역할을 하던 인터포저도 전기 관리·연산 기능을 갖춘 '스마트 인터포저'로 진화한다.
미래 HBM의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다른 종류의 메모리와 결합하며 '통합 지능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HBM 주변에 저전력 D램인 LPDDR이 직접 연결되고, 2035년 HBM7부터는 낸드플래시를 쌓아 올린 HBF가 등장한다. 김 교수는 "HBM의 속도, 플래시의 용량, LPDDR의 전력 효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메모리 자원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8년 HBM8은 완전한 3차원(3D) 패키징으로 구현된다. 기존 평면 구조를 탈피해 기판 상하 양면에 HBM을 입체로 배열, 최대 24단 적층과 초당 64TB 대역폭을 실현한다. 데이터 통신 속도 100Gbps 이상에서는 광통신 전환도 예상된다. 김 교수는 "HBM8 성능은 HBM3E 대비 64배 수준으로, AI 컴퓨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시대 메모리는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로 발전할 것"이라며 "HBM이 앞으로 15~20년 우리 산업을 이끌 것이다. 삼성·SK하이닉스가 시장 90%를 장악했으나 지속적 주도권 유지를 위해선 기술 선점이 필수"라고 경고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