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견해가 눈길을 끈다. 강 전 재판관 역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 절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강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재판 당시 ‘8대0 인용’을 이끌었다는 논란에 휘말린 터라, 여권지지층에서는 졸속탄핵의 원흉으로 꼽는 시선도 즐비하다. 그러나 강 전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당시 여야합의에 의해 임명된 인사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야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강 전 재판관의 평가를 간략히 설명하면, 바로 ‘절차적 아쉬움’으로 요약 가능해 보인다. 강 전 재판관은 올해 1월19일과 3월2일 <매일경제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재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칼럼에서 강 전 재판관은 크게 ▲내란죄 수사권이 경찰에 있다는 점(사법절차 문제) ▲내란죄 부분이 철회된 점 등에 대한 헌재의 분명한 법적 근거제시가 있어야 한다는(탄핵심판 절차 문제)점 ▲피소추인(윤 대통령)측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법51조’적용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피소추인 측에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채택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를 채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지적했다.
강 전 재판관은 먼저 사법절차 문제에 대해 “먼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추처)가 수사하려면 그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권이 있으므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의 설명은 합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설득력이 크지는 않다”며 “또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해 논란을 자초했다.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같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절차 하나하나 신중하게 처리해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또한 탄핵심판 절차에 대해 “국회는 탄핵소추안에 내란죄를 탄핵 사유로 기재했는데, 국회 대리인단이 내란죄 부분을 철회했다. 주요 탄핵 사유의 철회가 가능한지 그 절차는 어떤 것인지 헌법이나 법률에는 규정이 없다”며 “과거에 있었던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 중에도 이와 유사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문제가 된 탄핵 사유 중 형사범죄와 관련된 사항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특수한 헌법상 지위로 인해, 법률 위반 사유에 포섭돼 심판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받는 혐의인)내란죄는 대통령이라도 재직 중 소추될 수 있는 범죄이고 현재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종전 선례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유 철회를 허용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재판관은 또 윤 대통령 측에 헌법재판소법 51조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설명했다. 헌재법 51조 적용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대통령 재임중에도 형사상 소추가 가능하다는 점 ▲게다가 윤 대통령이 내란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헌재법 51조 적용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강 전 재판관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은 선례를 그대로 따를 수 없다. 종전(박근혜‧노무현 대통령)사건에서는 탄핵 사유 중 형사법 위반 사유가 대통령의 경우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내용의 것(박근혜 ‘직업선택의 자유조항 위배’‧ 노무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위반’)이었다”라며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탄핵 사건(윤석열 대통령 사건)에는 대통령도 형사상 소추가 가능한 내란혐의가 포함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이런 경우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의 규정이지만 탄핵소추된 공무원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면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강 전 재판관은 이밖에도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검찰조서가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쳤다. 즉, 검찰조서를 증거로 체택하려면 헌재가 더 엄격히 진위여부 등을 따지거나, 채택하는 이유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야한다는 것.
그는 “신법(개정된 법)에서는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도 다른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피의자였던 사람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며 “과거 선례에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 부여는 신중하게 이뤄졌다. 태블릿PC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증거자료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중요한 조서는 진술인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그 내용을 확인했다. 증거능력이 제한된 현행법하에서 검사 조서의 증거 조사는 과거보다 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소추위원의 탄핵 사유 철회가 가능하고 진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처럼 보인다”며 “헌법재판소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 때 과거 선례와 다를 수밖에 없는 절차적 문제에 대해 분명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강 전 재판관의 견해 어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 전 재판관이 ▲내란죄 수사권이 경찰에 있다는 점(사법절차 문제) ▲내란죄 부분이 철회된 이유에 대한 법적 근거제시가 필요하다는 점(탄핵심판 절차 문제) ▲피소추인(윤 대통령)이 ‘헌재법 51조’(재판 정지)가 적용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주장한 점 등은 현 상황에서 탄핵인용을 반대하는것 처럼 비춰지는 대목이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