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슈] 트럼프發 관세 전쟁으로 다시 도래한 ‘金의 시대’

[금융이슈] 트럼프發 관세 전쟁으로 다시 도래한 ‘金의 시대’

  • 기자명 손세희 기자
  • 입력 2025.02.16 08:1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안 그래도 금값이 상승하는 추세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부과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금의 가치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중요시 되면서 개별 투자자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기관투자자까지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 현 시장의 추세다.

 

▲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외벽에 골드바 광고물이 붙어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외벽에 골드바 광고물이 붙어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국내 골드바 품귀...조폐공사의 판매 중단 사태까지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최근 금값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 사재기’ 열풍이 일고 있다.

한국금거래소(금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시세는 지난 13일 구매자 기준으로 1돈(3.75g)당 60만 3938원을 기록, 올해 최초로 g당 16만원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한국조폐공사(조폐공사)가 골드바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조폐공사는 지난 11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자사의 골드바를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금융기관 13곳, 전통시장 유통사 4곳에 골드바 공급 중단 공문을 전달했다. 조폐공사를 제외한 다른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한 판매처들은 골드바 판매를 중단할 상황에 처했다.

그간 조폐공사와 금거래소로부터 골드바를 공급받아 판매해 온 KB국민은행은 영업점에서의 모든 골드바 판매를 12일부터 중단했다. 조폐공사에 앞서 금거래소도 지난해 11월 4일부터 수급 불안정으로 골드바 공급을 멈췄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조폐공사와 금거래소에서의 골드바 공급이 끊겼다. 현재 우리은행은 금거래소의 1kg 골드바를 계속 판매하고 있지만 개인 구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4일까지만 조폐공사가 제조한 골드바를 판매했다.

조폐공사 측은 금 원자재 수급 시장이 안정화되는 대로 조속히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해외에서도 금 수요에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판매 재개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242억 701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9억 6326만원)보다 3배 이상, 지난달 같은 기간(124억 2380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민은행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인민은행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각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 확대...금값 폭등의 원인은?

최근 금이 투자 상품으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2934.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29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연초 대비 10% 이상,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이번 금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주요국 및 주요 품목에 대한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호무역 조치의 일환인 관세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촉발해 물가 상승과 무역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 역시 금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의 안전성과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초부터 꾸준히 금을 매입해왔다. 자국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3년 연속 연간 1000t 이상의 금을 비축해왔다. 2023년 9월 기준 국가별 금 보유량은 ▲미국 8134t ▲독일 3352t ▲이탈리아 2452t ▲프랑스 2436t ▲러시아 2336t 순으로 나타났다.

비서구권 국가들도 금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민은행은 무역전쟁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2280t까지 늘렸다. 지난 2022년 전 세계 중앙은행 중 가장 많은 금(148t)을 매입했던 터키는 지난해에도 75t을 추가 매입했으며,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 수석 시장 전략가 존 리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국내에 비축함으로써 서방의 금융 제재를 피해 간 사례가 비서구권 국가들의 금 매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이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유동성이 낮다는 이유로 2013년 20t 추가 매입 이후 더 이상 금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 중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제공=EPA 연합뉴스

금 파생상품도 덩달아 인기...“조만간 온스 당 3000달러 넘을 것”

금 가격이 연일 치솟으면서 금 관련 투자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금 현물·선물 ETF(상장지수펀드) 6종의 순자산 총계는 1조 2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3452억원) 대비 3.7배 증가한 수치로, 불과 한 달 전(9319억원)보다도 35.3% 늘어난 것이다.

이날 국내 금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ACE KRX금현물’은 연초 대비 25.56%의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7.2%)의 3.5배에 달했다. 또 다른 금 관련 ETF인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역시 각각 11.09%, 10.63%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ETF는 주식처럼 장중에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꼽힌다. 특히, 선물 금 ETF는 금 자체가 아닌 ‘금 선물(future)’이라는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현물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물이 현물 가격보다 높을 때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 등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금 시세와 완전히 연동된 수익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또다른 금 파생상품인 은행 골드뱅킹에도 시중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국내 3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올 1월 말 기준 835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7822억원)에서 한 달 만에 531억원 불어났다. 1년 전인 2024년 1월 말 5668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7% 급증한 수치다. 계좌 수도 꾸준히 늘어 1년 새 2만좌를 넘겼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직접 금을 매입하거나 보관할 필요 없이 은행이 시세에 따라 금을 매입해 계좌에 적립하는 방식의 투자 상품이다. 소액으로도 금 거래가 가능하고, 골드바와 달리 실물을 매도할 때 부담해야 할 수수료 및 부가가치세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해당 상품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에서 판매 중이다.

시장에선 현재 2950달러선에서 거래중인 국제 금 가격이 머지않아 최초로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는 관세 우려로 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올해 1분기 내 금 가격이 3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내년 금값이 4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값 상승이 ‘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2011년에도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급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글로벌 경제 흐름과 정책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며 금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