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올해 금값이 코스피 상승률(33%대, 5일 기준)과 미국 S&P500지수(10%대)를 뛰어넘어 약 38%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간편 금 투자 수요가 치솟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만기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653.3달러로 전장보다 1.3% 올랐다. 금 현물 가격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2시47분께 전장보다 1.4% 오른 온스당 3596.6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3600달러선(약 500만 원)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금은 변동성이 적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통상 분쟁, 지정학적 위기 등 요인이 겹치면서 금의 인기가 계속 오르고 있다.
금은 보관·운송 비용이 커도 가치 보존 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이 강해 통상 기존 체제에 대한 우려가 늘면 몸값이 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과 달러화 및 국채 가치의 하락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국제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금값이 5000달러(약 700만 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38.3% 급등했는데, 지난해 28.82% 상승분을 9개월 만에 크게 앞선 수준이다.
올해 금값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은 55억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북미에서만 41억 달러가 유입됐다.
다만, 금값이 단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향후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에서도 금의 인기가 투자 열기에 반영됐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상장된 금 ETF 10종의 순자산 합계는 5일 종가 기준 2조2824억 원으로, 작년 말 동종 펀드의 총 순자산액(8772억 원)과 비교할 때 9개월 만에 약 2.6배로 불어났다.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로, 순자산이 1조49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이 각각 2832억 원과 2078억 원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금 ETF는 상장 펀드라는 특성 덕분에 주식을 사는 것처럼 '클릭' 몇 번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금 ETF의 경우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한다.
다만 금 ETF 거래엔 주의가 필요하다.
금 ETF는 크게는 현물형과 선물형으로 나뉜다. 이중 선물형 금 ETF는 파생금융 상품인 금 선물(future)에 투자하는 것이 골자로, 통상 수익률이 현물형보다 높지만, 작동 메커니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현물형 ETF도 투자 대상이 국내 금 시장인지, 글로벌 시장인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은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금 시세를 바로 반영하고 불필요한 비용 발생 여지가 적지만, 김치 프리미엄(국제 금값보다 국내 금값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는 반대로 지역 프리미엄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그러나 현재 해외 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탓에 국제 금 투자 ETF는 해외 상장 ETF를 편입하는 만큼, 재간접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을 통해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 통장(골드뱅킹) 상품이 있는 국민·신한·우리은행 세 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4일 기준 1조1981억 원으로 지난해 말(7822억 원)보다 53.1% 급증했다.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적립식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금 통장은 매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한 다음 현금으로 받거나 금으로 받는 경우 기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붙는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판매한 골드바 규모도 총 3360억 원에 달했다. 작년 전체 판매액(1654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