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 수출이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20일 수출액은 31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했다. 조업일 수가 전년보다 하루 적었다는 점을 고려해라도 일평균 수출 증가율이 1.4%에 그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달 말 설 연휴와 중국 춘절, 베트남 뗏이 기다리고 있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만 유일한 호재였다. 반도체 수출은 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반면 다른 주력 품목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승용차는 32억 달러로 7.3% 감소했고, 철강은 24억 달러로 3.2% 줄었다.
특히 석유제품은 중국발 저가 공세의 직격탄을 맞아 20억 달러로 29.9%나 급감했다. 선박과 자동차 부품, 무선통신기기도 각각 16.2%, 10.1%, 18.8% 감소했다.
수출 대상국별로도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졌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은 65억 달러로 4.9% 감소했고, 미국 수출은 56억 달러로 9.6% 줄었다. 유럽 연합(EU) 수출도 34억 달러로 4% 감소했다.
무역 수지도 적신호가 켜졌다. 1~20일 수입액이 354억 달러로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 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 수지 흑자는 전월 33억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급감했으며, 대중국 무역적자도 14억 달러로 확대됐다.
수출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복귀가 가져올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식 당일에도 보편 관세에 대해 조속한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 흑자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 수출 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는 IT 제품의 글로벌 수요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올해 수출액 7000억 달러 달성 목표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추진 중이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월 발표를 목표로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무역협정 활용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미중 통상 갈등 재점화에 대비한 시장 다변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장기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는 정부, 업계 모두 이견이 없다"면서 국내 기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