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책 역행하는 무분별한 유상증자 급증...주주가치 훼손 우려

증시 부양책 역행하는 무분별한 유상증자 급증...주주가치 훼손 우려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5.01.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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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급증하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이 명분 없는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주가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상장사들의 무분별한 유상증자가 증시 부양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의 집계 결과,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국내 상장사는 502곳에 달했다. 이는 전년(2023년 470곳)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유상증자 건수가 3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유상증자가 지속되면서 증시 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증자는 상장사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신규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본을 확충하거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발행 주식 수 증가로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단점도 따른다. 

특히 기업 실적 개선 없이 주식 발행만 늘릴 경우 주당이익(EPS)이 감소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의 용처를 살펴보면, 신규 투자나 시설 확충, 인수합병(M&A) 같은 성장 목적보다는 운영자금이나 채무 상환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이 단기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상증자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으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발표 당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154만3000원에서 108만1000원으로 29.94% 급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지속돼 다음 날 주가는 99만8000원으로 마감되며 100만원 선이 무너졌다. 

현대차증권 또한 지난해 11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주가가 25.23% 하락했으며, 차바이오텍도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24.02% 떨어졌다.

이처럼 연이은 유상증자는 상장사들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주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명분 없는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의 이익만을 보장하고 일반 주주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일각에선 유상증자가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도 유상증자가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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