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같이 한중 기업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산업 분야 보도와 관련, 중국 네티즌이 조직적으로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데 대해, 국민의힘은 11일 “중국 네티즌의 댓글 여론조작, (네이버 등)플랫폼 기업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자 <한경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를 펴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연구팀은 200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한국과 중국의 산업 관련 국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는데, 네이버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삼성,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키워드를 담은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선택해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정이 단 댓글 수가 특히 많았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기사별로 최대 댓글 2698개가 달리며 네이버(454개)보다 더 조직적인 여론 선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중국인 추정 계정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겁주기’, 정치·성별·지역 ‘갈라치기’,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버리기’ 기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기차 기사 댓글 중에서는 ”요즘 중국 차도 싸고 좋은데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긴장해야 한다” 등과 같은 겁주기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또 “현 정권이 들어서며 한국이 미·일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것은 갈라치기 전략으로, 중국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보도 내용보다 매체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버리기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그간 줄기차게 제기돼 왔던 ‘중국 네티즌 댓글 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특위는 “댓글의 내용과 기법을 살펴보면, 매우 치밀하게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인식을 왜곡하고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을 조장하고, 특정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과 일본의 속국이 된다는 식의 선동도 확인됐다. 특히 정치 성향이나 성별, 지역 갈등을 중점적으로 조장했다는 분석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중국 네티즌의 댓글 조작은 당연히 한중 산업 경쟁 외에도 주요 외교적 사안, 한국 내 각종 루머와 괴담에 대해서도 행해졌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며 “남남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대한민국 국익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중국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할 유인은 차고 넘친다”고 했다.
미디어특위는 “문제는 이처럼 국내외 주요 플랫폼 서비스가, 중국 네티즌의 조작 침투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을 보고도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지 않는 기업의 방관과 회피”라며 “특히, 국내 최대 규모 포털 기업 네이버는 과거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주요 활동 무대로 악용된 전례가 있음에도, 여전히 미온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댓글의 경우 현재도 ‘공감비율순’, ‘순공감순’과 같은 배열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외관상 높은 공감을 받은 댓글이 다수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작과 왜곡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왜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개선해 나가지 않는 것인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도 댓글 국적표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이미 전문가와 정치권 사이에서 나와 있다”며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은 타국 네티즌에 의한 집단적 댓글 조작과 같은 여론 왜곡 범죄를 봉쇄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