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대출정책 사과했던 이복현 금감원장, ‘신중한 행보’ 보이지만 내부 ‘공포정치’ 비판도

오락가락 대출정책 사과했던 이복현 금감원장, ‘신중한 행보’ 보이지만 내부 ‘공포정치’ 비판도

  • 기자명 김미희 기자
  • 입력 2024.10.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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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달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대출 정책과 관련한 오락가락한 발언들에 대해 사과한 데 이어 연일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18일 국내은행 은행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자신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고서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내놓자 이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를 재차 지적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직접 거론하며 사과했다. 도의적 책임이 아닌 스스로 일으킨 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위메프·티몬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금융감독원의 감독 미비와 관련한 책임 추궁에 사과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질책에 대해 “부족해서 송구스럽다”며 “2023년 12월에는 미상환금액에 대해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자료증거를 요청했지만 (큐텐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검사 시절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내부에서는 수장의 업무 스타일이 여전히 강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매체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인용, 한 금감원 직원은 직원 전용 게시판에 “어제 11층에선 무슨 일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보도자료를 집어 던졌다. 특정 임원을 크게 깼다. 오후에 퇴청했다. 등등 얘기가 도는데요”라고 적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지난 11일, 관련 부서가 금융상황 점검회의 개최 후 작성한 보도참고자료를 이 원장이 반려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다른 금감원 직원도 ‘금융감독이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온 부서를 떠들썩하게 한 보도자료 투척사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화부터 내지 말고 뭘 원하는지 논리적으로 말해라. 온갖 정부·여당에서 금리 낮추라고 압박한 끝에 얻은 피벗(금리인하)이라 대서특필하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했으나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면 안되니 금감원이 관리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라고 요구했다는 해석이다. 작성자는 이에 “직원이 원장만큼 금리 인하에 민감하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며 “25bp(1bp=0.01%포인트) 인하로 건전한 신용질서나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이 위협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원장의 행보가 때로는 정치적 성향을 띤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라인드 게시글 작성자는 이 원장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코스피가 오르면 정권의 지지율도 오르기 때문이라며 “코스피가 오르는 것과 건전한 신용질서,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이 대관절 무슨 상관이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의 다른 중간관리자급 직원은 “내부에서는 이 원장의 리더십을 두고 ‘공포정치’라고 부른다”며 “저연차 직원들도 처음에는 힘이 센 원장이 와서 좋다고 했다가, 시간외수당도 못 받고 일하면서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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