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3선, 부산 사상)이 지난 11일 불출마를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친윤계(친윤석열계) 대표 주자로 통하는 장 의원이 불출마를 하게 될 경우 영남권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 또는 불출마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저녁 8시 22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가 주신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큰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라며 “아버지의 눈물의 기도가 제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는 힘이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불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아무리 칠흙같은 어둠이 저를 감쌀지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예비하고 계신 것을 믿고 기도하라는 아버지의 신앙을 저도 믿습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성경의 필립보서(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는 대목을 붙였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기현 대표의 당선 때부터 이런 생각은 한결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는 게 맞다. 가진 건 국회의원직 하나인데 내려 놓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권 중진들 불출마 거부 명분 없어
그가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말이 불출마가 될 경우 영남권 중진, 직전 당권파 등은 수도권 출마 또는 총선 불출마를 하지 않을 명분이 사라진다. 그간 영남권 친윤들의 험지출마론을 내세웠던 유승민계와 영남 중진 기득권 세력 등 이른바 ‘웰빙보수’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다른 이는 사지로 내몰고, 자신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버티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오후 2시에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의 혁신안 종합보고 이후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며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공관위 등 당내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김 대표가 이날 ‘기득권’을 얘기한 것은 본인 뿐 아니라, ‘당 전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이라는 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자신의 희생을 포함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도부와 중진 등의 결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혁신안 중 대부분이 공관위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였던 만큼, 공천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중진들의 용퇴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수도권 출마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태경-김웅 저격하고 김기현에 정제된 쓴소리
이날 오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향해 하태경, 김웅 의원을 암시하는 듯한 저격 발언을 하면서도 김기현 대표에 대한 충심을 담은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배 의원은 ‘김기현 리더십 ,이제 등 돌려 달아날 시간도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유세차 한 번 안 타고 당선됐다는 전설이 돌던 사람, 대전에 거주하며 언론 활동에만 몰두”라는 대목으로 가족이 대전에 거주하는 부산 지역구인 하태경 의원을 암시했다.
이어 “서울 초강세 지역 의원으로서 전략공천으로 낭낭히 21대에 들어온 초선의원. 그러나 의정 4년만에 그는 지역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지역 주민들의 냉랭한 평가에 휩싸인 것은 물론, 유력 일간지의 지역 평가에서 기어이 자신의 지역을 ‘열세 지역’에 들게 했다”라며 김웅 의원을 가리키는 듯 했다.

배현진 김기현에 “대표 권위 적재적소 못 쓰면 휘둘려”
그러면서 말미에 김 대표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서울 수도권 선거를 1도 모르는 영남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제는 움직여야만 한다”며 “수도권 대부분의 현역 의석을 확보하고 4년의 관리를 해온 그들과 열세 상황에서 대부분 지역을 원외의 후보로 띄워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180도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측근을 자처하는 비수도권 조언자들과 김 대표 측근들의 현실 모르는 전략 조언에서도 과감히 벗어나야만 한다”면서 “지난 강서 구청장 선거의 촌스럽고 요란해 마지 않던 선거 전략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채 명분도 없는 인사들이 이제와 살아보겠다고 내는 내로남불 외침에 휘둘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죽여 몸만 사린다면 결국은 그 스스로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며 “코 앞의 위기를 인지할 때는 이미 죽은 때이다. 관용과 비겁은 다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기현 1기 지도부로서, 과연 김기현 대표가 황교안 시즌2로 전락하지 않기를 염원하며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두려워 말고 움직이시라. 대한민국 비정상의 정상화 공정과 상식을 소원했던 당원과 국민을 믿고 제발 무덤가의 평화에서 벗어나시라”라고 했다.
배현진 “플랜 밝히고, 카리스마 보여달라”
그는 이날 KBS1라디오 <특집 1라디오 저녁>에 출연해 혁신안을 두고 “이게 특별히 이번에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서동요 노래하듯이 늘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험지 출마, 중진의 헌신 이런 것들은 결국에는 정치인 스스로와 지역 주민들의 어떤 유권자들로 인해서 결정되는 부분”이라면서 “그러니까 좋은 안들을 내셨기 때문에 그다음은 그다음에 권한이 있는 분들한테 맡겨야지, 더 이상을 강요할 수 있는 지금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관위를 지금 약속하신 대로 언제 띄우겠다는 명확한 안을 주시든지 아니면 앞으로 선거에 대한 플랜을 밝혀 주셔야 된다”면서 “지도자가 카리스마 있게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 나를 믿고 따르라’라는 말씀을 주셔야지 더 동요하지 않고 함께 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김기현 대표께 지금 모든 문제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 나서서 나를 따르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그런 선구적 의지를 보여 주십사 지금 오늘 그 글을 쓴 것”이라며 “회피하면 모두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지금 김기현 대표께 많은 것을 바라는 당원들의 가장 큰 목소리는 회피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전여옥 “장제원 결단, 무능한 영남중진 물갈이 새보계 정리 가능”
김소연 “돼지국밥집서 깊은 대화로 화합 이끌어 낸 윤석열 대단”
전여옥 전 의원은 이날 장 의원의 글을 두고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 누리꾼이 “왜 일등공신이 희생해야 하나요? 의정활동 성적도 1등인데요. 서병수 같은 사람이 불출마 해야죠. 국회에는 장제원 같은 파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손발을 묶어놓다니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지?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면 모를까?”라고 남긴 질문에 “장제원의 결단으로 무능한 영남중진 물갈이 뿐 아니라 상납이 새보계 정리까지 할 수 있다”면서 “국민은 희생할 때 감동한다”라고 답했다.

김소연 전 국민의힘 유성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과거 인스타 사진을 공유하면서 “대통령님 대단하시다. 부산 엑스포 논란은 국제시장에서 떡볶이 먹방으로 부산 시민들 마음 어루만져주시고, 돼지국밥집 가서 장제원 의원님과 깊은 대화도 하셨던 것 같다”라면서 “김기현 대표, 인요한 위원장님도 응원해주시고 화합 끌어내시더니, 쓩~ 하고 네덜란드 가셔서 또 세일즈”라고 했다.
이어 “새보계와 준석이는 이제 장제원 의원님 편들면서, ‘대통령 당무개입 했다!’, ‘지역에서 인정받는 중진을 돼지국밥집에서 찍어 눌렀다!’ 막 이러려나요?”라며 “이 모든 게 기획이라면, 진정한 시선교란 작전인데, 기획자가 있다면 정말 천재 인정입니다. 정용진 끕 시선교란 작전이라니 이번 총선 무조건 압승할 듯 합니다. 마음 놓으셔도 될 듯”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