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캐나다 총리 앞 '양귀비 배지' 예우… 잠수함 수주戰 세밀 행보

한화, 캐나다 총리 앞 '양귀비 배지' 예우… 잠수함 수주戰 세밀 행보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1.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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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 캐나다서 직접 공수한 추모 배지 착용
'Lest we forget' 새긴 배지… 6·25 파병국에 감사 뜻
최대 60兆 캐나다 잠수함 사업, 한화오션·TKMS 2파전 구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대화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오션 임직원들은 캐나다 참전용사 추모 의미로 빨간 양귀비꽃 배지를 왼쪽 가슴에 착용했다 [사진=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대화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오션 임직원들은 캐나다 참전용사 추모 의미로 빨간 양귀비꽃 배지를 왼쪽 가슴에 착용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9일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았다. 현장을 맞이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임직원들은 붉은 양귀비꽃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아 눈길을 끌었다. 

양귀비꽃은 '추모의 날(Remembrance Day)'을 상징한다. 1918년 11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을 기념해 제정된 이날은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날로,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미국·프랑스·호주 등 참전국이 양귀비 배지를 착용한다. 캐나다에선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11일까지 '보훈 주간'이 이어지며 배지 판매 수익금은 퇴역 군인회에 기부돼 군인 복지 기금으로 사용된다. 

배지는 캐나다가 중시하는 보훈 정신을 반영해 김 부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 착용은 캐나다 방문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캐나다는 6·25전쟁 당시 2만 6791명을 파병한 국가로, 이번 방문단은 한화오션이 보여준 예우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지에는 'Lest we forget'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양귀비꽃이 추모의 상징이 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군의관 존 매크레(John McCrae)의 시에서 비롯됐다. 그는 벨기에 플랑드르 전선의 참호 주변에 핀 붉은 꽃을 보고 '플랑드르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라는 시를 썼다. 이 시를 읽은 영국 시인 모이나 벨 마이클(Moina Belle Michael)이 양귀비를 희생의 상징으로 제안했고, 1922년부터 참전국 재향군인회가 이를 채택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방문을 위해 캐나다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새겨진 안전모도 제작했다. 김 부회장이 이렇게 세부 디자인까지 챙긴 배경에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이 있다. 캐나다 정부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획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가 최종 후보로 경쟁 중이다.

캐나다 정부는 납기, 현지화, 안보 기여도 등을 평가해 1년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한화 측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기술력뿐 아니라 파트너십 신뢰를 강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마크 카니 총리 외에도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 필립 라포튠 주한 캐나다 대사 등이 참석했다. 한화오션은 이들을 위해 헬기를 준비하고 이동 동선을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기술 경쟁력에 더해 문화적 이해와 외교적 세심함을 더한 전략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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