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조직개편으로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획재정부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정부 및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5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당초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조직개편에 담지 않기로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정대는 당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조직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기획재정부를 쪼개 예산 기능을 분리하되, 재정경제부(재경부)를 부활시켜 세제·거시정책·국제금융은 물론 금융위를 해체해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흡수할 구상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일단 금융 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일단 철회하겠다는 것이 당정대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번 번복 사태로 재경부는 예산 기능을 상실한 채 세제와 일부 거시정책 기능만 가져가게 됐다. 문제는 재경부가 '세제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예산과 금융이라는 경제부처로서의 양대 축이 분산되면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은 세제 기능 역시 매년 세법개정안으로 일괄 처리되는 구조여서 탄력적인 정책 카드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재경부의 위상 약화는 곧바로 범부처 정책 조율 기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경제 주무 부처로서 현안을 주도했던 기재부가 이번 조직개편으로 권한이 축소되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것이란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로 승격·분리되면 경제정책 수립 기반인 통계 기능이 없는 재경부의 정책 역량이 약화될 것이 뻔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이 기능적 필요가 아닌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며 권한 분산을 공약해 왔다. 실제로 정권 출범 이후 기재부 1급 출신이 맡던 통계청장, 관세청장, 조달청장 등의 자리가 내부 승진으로 채워지며 기재부 고위직 입지가 눈에 띄게 축소됐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능적·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등 금융행정과 감독 전반을 쇄신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양 기관이 쇄신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된 이날 자리에선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원팀이 돼 함께 노력하자”는 데 상호 공감대를 이뤘다.
우선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기능·인력·업무 등의 개편을 추진한다. 양 기관은 해킹사고·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사안을 엄정히 감독해 나가면서 소비자 보호 관련 국정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 본연의 역할과 현장·소비자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도 바꿔나가기로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빈틈없이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현장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며 업무의 중심을 소비자·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행정과 감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금융위·금감원 모두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개선하고 금융행정과 감독 전 과정을 성찰해 법과 원칙을 보다 굳건히 하기 위한 개선 사항을 적극 발굴·추진하기로 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