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달 13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야당 시절처럼 기업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들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정부를 도왔다는 점과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말자는 명분이지만, 야당 시절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불러 세우며 ‘군기 잡기’에 앞장섰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집권 여당이 되자마자 곧장 재벌 눈치 보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가 재벌 총수들을 국감장에 세우는 관행 자체에 우려를 표시했고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이라고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또, 실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도부와 대통령실 기류에 따라 기업 증인 채택에 소극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불과 2~3년 전, 야당 시절 민주당은 국감 때마다 대기업과 빅테크 총수들을 증인석에 줄줄이 세웠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에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만 26명의 대기업 총수를 불러냈고, 지난해에도 삼성·SK·LG·네이버 등 대기업 CEO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기류가 달라진 것은 대통령과 재계의 ‘밀착’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재계 총수들과 수차례 회동했고, 정상회담 직전에도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등을 불러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고 치하했다.
최근 8대 그룹이 4만4000명 규모 청년 고용 계획을 발표하자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라며 공개적으로 화답했다. 여당 내부에선 “기업이 이 정도로 협력했는데 상법·노란봉투법 같은 악재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국감만큼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를 두고 “집권 전에는 재벌을 압박하며 정치적 효과를 챙기고, 집권 후에는 ‘원팀’을 외치며 재계와 밀착하는 이중 행태”라면서 “이번 국감이 민주당의 내로남불·재벌 눈치보기 국감으로 전락할 경우, 그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여당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