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를 오는 30일 강행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이미 같은 사안을 놓고 청문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근거조차 찾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났던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비밀 회동설’까지 끌어들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이 사법부 최고 수장을 청문회 증인석에 세우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전격 처리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자리였으나,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이 돌연 안건을 상정했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퇴장했다. 결국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독 처리하는 ‘기습 강행’이었다.
민주당은 계획서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자 재판에서 법리와 절차를 무시한 불합리한 판결을 내렸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4인 비밀 회동’을 통해 사건 처리를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4명(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지귀연 판사, 한덕수 전 총리까지 줄줄이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은 지난 5월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가 처음 제기했을 당시조차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제보”라고 밝힌 바 있다. 녹취 파일 역시 ‘변조 음성’ 논란이 제기되며 신빙성이 무너졌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 당사자들 역시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강력 부인했음에도 민주당은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짓밟는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청문회를 빌미로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이자,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덮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한 법사위원은 “집권 여당이 대법원장을 청문회장에 세우겠다고 하는 건 사실상 사법부 파괴”라며 “헌정사상 최악의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장은 고성·막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서영교 의원 사진과 함께 ‘정치 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피켓을 내걸었고, 추미애 위원장은 즉각 철거를 지시했다. 나경원 의원이 “왜 의사진행을 이렇게 독단적으로 하느냐”고 따지자, 추 위원장은 “그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법사위가 가을 추(秋)가 아니라 추할 추(醜)가 됐다”며 민주당을 직격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청문회 때 대법원장과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해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의혹을 최초 제기한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증인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불리한 증거는 배제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증인만 줄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와 판결을 흔들기 위해 사법부를 인질로 삼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민주당의 ‘조희대 청문회’는 사법부 길들이기와 정치 보복이라는 거센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빙성 없는 음모론에 의존한 청문회 추진은 스스로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여당이 사법부 수장을 청문회에 세우는 장면이 현실이 될 경우, 이는 단순한 정쟁을 넘어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