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은 대부업 이미지를 벗어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여년 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페퍼저축은행 인수까지 무산되면서 OK금융의 외형 확장은 연달아 좌절됐다.
여기에 OK저축은행은 대부업 철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부 직원의 횡령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와 3억7000여 만원의 과태료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제재로 OK그룹은 당분간 내부 안정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계열사 실적도 부진하다. OK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가량 줄었고, OK캐피탈은 부실채권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이에 따라 OK금융은 올 하반기 내실 강화 및 이미지 재정립으로 경영전략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인·페퍼 모두 놓친 OK금융, M&A에 연속 제동
![▲서울의 한 OK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3242_273930_541.jpg)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OK금융과 페퍼저축은행 간 M&A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약 2개월간 실사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매각 주체인 페퍼그룹과 매각가 및 세부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페퍼가 매각 철회를 공식 통보하며 거래가 무산됐다. 페퍼저축은행은 OK금융이 공을 들였던 저축은행 업계 2000억원대 대형 매물로, 이번 결렬은 그룹의 사업 확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시도에서도 좌초된 바 있다. OK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 대상으로 상상인그룹을 모회사로 둔 상상인저축은행을 낙점했으나, 최종적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인수는 무산됐다. OK금융은 상상인과의 협상에서 인수 가격 조율을 마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고용승계 문제와 일부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상상인은 금융위원회에 OK금융과의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현재 다른 3~4개 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아,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사모펀드와 재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과 페퍼 모두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OK금융은 업계 10위권 내 대형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을 내세웠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OK금융의 두 차례 연속 M&A 결렬이 저축은행 M&A 시장에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모가 큰 매물조차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업계 내 선호도가 자연스럽게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 철수 불이행·횡령 적발…금융당국의 중징계
![▲OK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3242_273932_106.jpg)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던 OK금융이 M&A 실패에 이어 금융당국의 제재라는 또 다른 장벽에 직면했다. OK저축은행이 대부업을 정리하지 않은 데다 직원 횡령 등 부적절한 영업행위가 적발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OK저축은행이 대부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 2023년 6월 OK저축은행은 계열사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자산과 부채를 흡수·합병하는 조건으로 대부업 철수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금융위로부터 영업양수도(한 기업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기업에 이전하는 거래)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 결과, OK금융 계열사 2곳이 지난해까지 대부업을 계속 영위한 사실이 드러났다. 옐로우캐피탈대부와 H&H파이낸셜대부가 지난해 말까지 영업을 이어가며 승인 조건을 위반한 것이다. OK금융 측은 지난해 말 해당 계열사들의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해 모두 폐업했고, 현재는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OK저축은행이 대부업 운영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말과 2023년 말 제출 자료 중, 대주주가 대부업을 영위할 경우 필수로 포함해야 하는 ‘이해상충방지계획 이행 실적’ 항목에서 옐로우캐피탈대부와 H&H파이낸셜대부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
과거 공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2020년 말과 2021년 말 OK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서는 해당 대부업체를 포함한 계열사 3개 법인이 제외됐으며, 2020년 2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수차례 제출한 특수관계기업 현황 보고서에서도 이들 법인은 빠져 있었다.
금감원의 제재 사유에는 고객 자금 횡령 사례도 포함됐다. OK저축은행 직원 A씨는 2021년 3월부터 10월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고객 6명의 예·적금을 임의로 해지해 1억6900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다른 고객의 실명확인증표(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명의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횡령금 입출금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점 소속 직원 B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지인 5명의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를 직접 관리하며 총 2억5300만원을 불법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업무상 횡령과 내부통제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금감원은 OK저축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3억7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기관경고는 금융사 제재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수위로, 금융당국의 엄중한 제재 의지를 보여준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향후 1년간 신규 금융사업이나 M&A 인가가 제한된다. 따라서 OK금융은 당장 외형 확장보다는 기존 계열사 안정화와 내부 구조 정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확장’ 대신 ‘회복’...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3242_273931_837.jpg)
금융당국의 제재로 OK금융은 불가피하게 ‘정비 모드’로 전환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 지표가 부실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149억원보다 23.5% 감소했다. 자산 규모는 약 4조70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9.08%로 업계 평균 9.00%를 웃돌았다.
또 다른 계열사인 OK캐피탈은 같은 기간 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총여신 1조1803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5871억원이 부실채권으로 나타났다.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확보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OK금융은 올해 건전성 지표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OK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NPL) 채권 정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 강화를 통해 자산 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OK캐피탈은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정리 및 PF 재구조화를 통해 자산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윤 OK금융 회장은 그룹 설립 초기부터 대부업 이미지를 벗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02년 원캐싱 설립 이후 다수의 대부업체를 인수하며 기반을 닦았지만, 고금리·고위험이라는 업권 특성으로 이미지 전환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 2015년 씨티캐피탈(현 OK캐피탈) 인수 또한 수익 구조 변화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저축은행·캐피탈 부문의 건전성 강화와 수익 다각화는 ‘대부업 꼬리표’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그룹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M&A 실패와 맞물린 금융당국 제재는 이 서사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는 그룹의 신뢰 회복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회장이 강조한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않겠다”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OK금융의 전략적 무게 중심은 이제 ‘확장’에서 ‘회복’과 ‘이미지 재정립’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