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핵심 카드 떠오른 'K-조선'… "정부, 신중히 활용해야"

한미 관세 협상 핵심 카드 떠오른 'K-조선'… "정부, 신중히 활용해야"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7.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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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십조원 현지 투자 요구 가능성… 韓 업계 대응 전략 촉각
한화·HD현대, 美 현지 조선소와 협력 강화 나서
"美 LNG 수출선 인증기준 관건… 정부, 협상 카드 신중히 활용해야"

한화필리십야드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필리십야드]
한화필리십야드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필리십야드]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상을 앞두고 '한국 조선업'이 새로운 협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내세우며 한국 기업에 막대한 현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업계, 정부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며 "일본은 5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며, 미국은 이 가운데 90%의 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에도 일본과 비슷한 수십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 HD현대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공동으로 중형 컨테이너 운반선 건조를 추진 중이며,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최근 한화그룹 해운사인 한화해운에서 348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필리십야드는 1979년 이후 약 46년 만에 LNG선을 수주한 미국 조선소가 됐다. 대신 실제 선박 건조 작업은 인력, 기술력 부족 문제로 한국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미국 법이 규정한 '미국산 선박'의 조건이다. 미국은 현행 법령상 수입 부품이 전체 건조 비용의 25% 이하이고, 미국 내에서 선박 구조체를 완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 기준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국내 조선사들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미국 조선업은 숙련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현지 투자에 앞서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중앙일보>에 지적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미국에서 행정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협력 모델을 인정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내 LNG 운반선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한편,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미국은 정파를 떠나 국가 안보를 위해 조선 산업 재건을 중요 과제로 보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조선업이라는 전략적 협상 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실익을 챙기는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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