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 차 일본을 방문 중인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18일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7/271051_271635_1521.jpg)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미국이 한미동맹의 적용 범위를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2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8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의에서 “한미 상호 방위 조약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강화하자”고 밝혔다.
이 제안은 한미동맹이 그동안 북한에 대한 방어 위주로 해석돼 온 기존 틀을 넘어, 대만 유사시 등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는 태평양 지역 전반에서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은 제3조에서 ‘태평양 지역에서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도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적용에 그쳤지만, 미국은 이를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랜다우 부장관은 또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한국 국방 예산 인상과 미 전략 자산 전개 비용 분담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미국 측은 한국 국방비를 현재 GDP 대비 2.3% 수준에서 5%까지 인상하라고 공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측은 이와 관련해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외교·국방부 국장급 실무협의에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미국 측에서는 케빈 킴 국무부 부차관보가 방한해 ‘동맹 현대화’ 방안을 설명했다.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7/271051_271637_2031.jpg)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관련 질의에 대해 “국방비 전체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늘려나가는 식”이라고 언급했지만, 미국의 이번 요구는 단순 예산 증액을 넘어 미·중 갈등 시 미국 편에 서달라는 안보 청구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지’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조선일보는 미국이 곧 발표할 국방전략(NDS)과 해외 미군 배치 검토(GPR)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역할 확대가 핵심 내용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외에도 일본·호주·필리핀 등에 역내 방위 강화를 위한 국방비 인상과 미·중 갈등 시 미국 측 기여를 요청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1일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회담 후 “이 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전역에서 발생하는 우리 군, 항공기, 정부 소유 선박 등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한국과 같은 아시아 동맹들이 국방 지출과 집단 방위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의 집단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국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일본과 호주에 대해 “대만 문제로 미·중이 전쟁을 벌이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집단 방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제5조와 같은 개념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이 아시아에서 ‘나토식 집단 방위’를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현재 인태 지역에 나토식 집단 방위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적용도, 구축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7/271051_271638_2210.jpg)
그러나 일본 등에서는 관련 필요성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고, 엘라이 래트너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지난 5월 ‘태평양 방위 조약’ 체결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일본이 미국, 호주, 필리핀과 함께 동중국해·남중국해를 단일 전구(戰區)로 묶는 ‘원시어터’ 개념을 제안해 동의를 받았으며, 이른바 ‘스쿼드(Squad)’ 안보 협의체가 향후 집단 안보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은 한반도는 주한 미군이, 대만 해협은 주일 미군이 관장하는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다. 그런데 대만 해협과 한반도는 위기를 서로 촉발하는 관계이므로 사실상 ‘통합 전구’를 지향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