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벗고 진짜 시험대 선 이재용, '뉴삼성' 본격 닻 올릴까

'사법 리스크' 벗고 진짜 시험대 선 이재용, '뉴삼성' 본격 닻 올릴까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7.18 19:0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사법 족쇄 완전 해방… 경영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시점
반도체·가전·스마트폰 총체적 난국… HBM 납품 지연 등 위기 심화
등기이사 복귀·컨트롤타워 재건·신성장 동력 확보가 앞으로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법원 3부는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2015년 합병 과정을 시작으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2020년 기소까지 이어진 10년간의 사법적 고통이 종지부를 찍었다. 이 회장은 이 기간 185차례 법정에 출석했으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약 560일간 수감됐다. 특히 2020년 9월 기소 이후 이번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는 4년 10개월간 총 102회 직접 출석하며 경영 집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무죄 확정을 좋아하기에 현실은 너무 각박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74조원, 영업 이익 4조 6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밑도는 '어닝 쇼크'였다. 영업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9% 급감했으며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3대 핵심 사업이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30년 넘게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1위 위상이 위태롭다. 삼성전자는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줬고, 인공지능(AI) 칩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 중이지만, 삼성전자는 1년 넘게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기술적 격차를 드러냈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60%포인트까지 벌어졌으며, 파운드리 사업부는 상반기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가전 부문은 중국 기업들의 공세 속 '레드오션'으로 전락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견제가 거세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확대는 삼성의 HBM 수출에도 직격탄이 됐으며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제 이 회장에게 남은 건 오롯이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뿐이다.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10월 임기 만료 후 6년간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해온 이 회장은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공식 경영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내부에서 많은 분들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해 주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삼성은 그룹 차원의 전략을 총괄할 공식 조직이 없다. 서초 사옥의 사업지원TF가 일부 기능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조직 문화 개선도 시급하다. 관료주의와 의사 결정 지연이 삼성전자의 위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의 눈은 이제 이 회장이 펼칠 신사업과 그룹 혁신에 쏠린다. 이 회장은 올해 3월 중국발전고위층포럼과 지난 9일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9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5월에는 미국 오디오 기업 마시모와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를 발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는 경영 실책이나 부진을 사법 리스크 탓으로 돌릴 수 없다"며 "사람들은 삼성의 경쟁력을 물을 것이고, 본게임이 시작됐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