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사법부 독립' 문제가 핵심 이슈다.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와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 등이 배경이 됐다.
아울러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용 '대법관 증원' '대법관 자격 완화' 법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 삼권분립의 훼손이 우려되는 심각한 '사법부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 증원’은 법조계 일각에서 재판 지연 문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현시점에 경쟁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사실상 이 후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또한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다수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특정 정당이 입법·행정권은 물론 사법권까지 장악하게 돼 삼권분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직 고등부장 판사는 "누가 봐도 판결에 대한 보복성 법안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며 "사법 체계를 고치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신중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이 비(非)법조인까지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대법관 자격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해, 변호사 자격 없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른바 '비법조인 대법관' 방안에 대해서는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맡기는 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원의 핵심 기능인 ‘법률심’ 역할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민주당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그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비법조인 대법관’ 후폭풍이 거세지자 이재명 후보는 이날과 전날 "나와 당의 입장이 전혀 아니다" "당에도 자중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결국 26일(오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추진해 온 두 가지 법안은 철회키로 결정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해당 법안들로 논란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늘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린다. 법관 대표들은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에 관해 법관대표회의 명의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지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상정된 안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법관 대표들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을 이례적으로 서둘러 진행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 민주당이 대법원장 사퇴 등 사법부를 연일 압박하는 것이 재판독립 침해 행위라는 문제의식 등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일 전망이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회의체다.
법관대표 126명 중 과반수가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고, 참석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이에 따라 적어도 법관대표 64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야 개의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관대표회의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의·의결이 무산되거나,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이날은 안건을 의결하지 않고 대선 이후 다시 회의를 여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