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다’는 중도층의 대안 ‘개헌’

[집중분석]‘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다’는 중도층의 대안 ‘개헌’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5.04.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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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헌법재판소(헌재)는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인, 지난 4일 파면을 결정했다.

기각 또는 각하를 열망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허탈함과 분노를 뒤로한 채, 여의도 시계는 오는 6월 3일 예정된 조기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정권 탈환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힘에선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권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대선은 좌파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one-sided game(일방적인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시중에는 ‘윤석열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란 여론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장과 함께 이재명 전 대표가 정치 무대에서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시대의 명령”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은 헌재로부터 법적으로 심판을 받았다. 이제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 국민에게 심판받을 시간”이라며 “다가오는 대선은 반드시 이재명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도 이재명 전 대표가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던 지난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차악(윤 전 대통령)’이 청산되니 ‘최악(이 전 대표)’이 등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대표는 “새미래민주당은 일관되게 윤석열·이재명의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며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막아내고 동반 청산의 과제를 완성해 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당 원내대표와 군소 야당 대표는 한목소리로 직전 대통령과 여의도 대통령의 동반 퇴장을 주장함과 동시에, 87년 체제를 종식시키고 제7공화국의 출발점을 열 개헌을 강조했다. 이는 선거공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개헌 외에는 이재명 전 대표를 퇴장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반증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이에 <더퍼블릭>이 왜 개헌이 이재명 정권 탄생을 저지할 카드인지에 대해 짚어봤다.

중도층 민심은 어디로? 이재명에게 입법 권력 이어 행정 권력까지 몰아줄까?

대선 때만 되면 으레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Casting Vote-결정권)’로 중도층 민심을 꼽는다. 그래서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유력 대권주자들은 우파‧좌파도 아닌, 뚜렷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선거 때마다 투표하는 정당이 다른 중도층‧무당층‧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이번 조기 대선은 우파 진영에게 불리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도층 입장에서 보면, 우파 후보에게 투표해 우파 후보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과연 새 우파 정부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여야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국무위원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윤석열 정부를 흔들어 왔다. 우파 정부로 정권 재창출이 된다고 해도, 속된 말로 ‘의석수가 깡패’인 탓에, 윤석열 정부 사례와 같이 새 정부 역시 입법 독재를 통해 흔들어 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이에 따라 중도층 민심은 차라리 입법 권력을 장악한 이재명 전 대표에게 투표해, 입법 및 행정 권력을 통한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개헌’ 한목소리…임기 단축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과 대권주자들은 개헌 카드를 꺼내 들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9일 출간된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를 통해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및 2028년 4월 총선에서는 미국의 상‧하원제와 같은 양원제 국회 구성, 2030년 5월 대선 때 22대 대통령이 새 헌법으로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자는 내용의 개헌 구상을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통령 및 국회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개헌을 공약하면서, 개헌 추진을 위해 2028년 총선 때 물러나는 등 3년만 재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한데 모으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헌 추진을 밝힌 바 있고, 안철수 의원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중대선거구제 개헌안을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 개헌을 도입하고, 2028년 총선 때 대선을 같이 치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며, 이번 대통령은 3년 뒤 대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 도입, 외치-내치 분담형 권력 구조 개편, 의회 해산권 도입 등의 개헌을 추진, 2028년 개헌과 함께 총선·대선 동시 실시 등 개헌에 따른 임기 단축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5대 개헌 방향 발표…제왕적 대통령 권한, 책임총리에게 분산

국민의힘도 당 차원에서 5대 개헌 방향을 발표했다. 주호영 개헌특별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 도입 및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지방 분권 강화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법정기구화 및 임명 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및 국민입법제‧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헌법개정 절차 연성화 등을 제시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 도입 및 국무회의 의결기구화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고 국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수평적으로 나누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지방 분권 강화는 대통령 중임제를 도입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이 중간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행정·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 지방 분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법정기구화 및 임명 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안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중립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추천위원회를 법정 기구화하고 임명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및 국민입법제‧국회의원 소환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고, 국민 입법제와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하겠다는 것이고, 헌법개정 절차 연성화는 국가 정체성이나 권력구조를 제외한 기본권 문제 등에 대해선 헌법 개정을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개헌 추진할 관리형 대통령 ‘한덕수 대망론’…윤석열 전 대통령 재출마도 가능할까?

문제는 제아무리 내용이 좋고 취지가 좋더라도 거대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이재명 전 대표가 개헌을 받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개헌 국민투표에 앞서 국회의원 재적수의 3분의 2가 개헌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금 당장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에 국민의힘 일부 대권주자들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임기 단축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임기 단축은 개헌 공약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이번 조기 대선 직후부터 개헌 논의에 착수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또는 2028년 4월 총선 때 개헌 국민투표 및 대선까지 동시에 치러 새 대통령 및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자 취지다.

이렇게 되면, 이번 조기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3년에 그치게 되는데,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와 차별화됨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개헌 추진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대선에서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데, 이런 국민들에게 대안될 수 있다는 것. 여권 내에서 개헌이 이재명 정권 탄생을 저지할 카드로 지목되는 이유다.

물론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임기 단축까지 해가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막상 집권하게 되면 각종 이유를 들어 헌신짝처럼 내다 버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한덕수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여기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야말로 안정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75세 나이인 한덕수 권한대행은 보수‧진보 정부를 넘나들며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주미대사, 경제부총리에 이어 두 번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대통령 빼고 고위공직을 두루 경험한 것이다.

공직자로서의 마지막 소임으로 대선에 출마해, 제7공화국의 시작을 열면, 비록 3년의 짧은 임기지만 ‘제7공화국의 출발을 연 개헌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이 남을 것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행이 큰 욕심 안 부리고 안정적으로 개헌을 추진한 뒤 퇴임하지 않겠냐는 것.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경우 헌재의 파면 결정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인데,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임기 단축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희망이 될 수 있다.

임기 단축 및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대선후보가 당선돼, 임기 중에 개헌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사면‧복권할 경우 윤 전 대통령은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실제 개헌 추진이 현실화되면 2028년 4월 총선 때 함께 치러질 대선에 윤 전 대통령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호남지역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호남지역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입법‧행정‧사법 장악으로 절대권력 휘두를 이재명 VS 임기 단축해 ‘제7공화국’ 열 與 후보…국민의 선택은?

1987년 9차 개헌이 이뤄짐에 따라 지금의 헌법은 ‘87체제’로 불리는데, 이 87체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다.

87체제가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그간 87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의 시작을 여는 10차 헌법개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논의는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실현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기 대선과 맞물려 지금이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최적의 타이밍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87체제 종식의 키를 쥐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는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헌(護憲-현행 헌법 수호)’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어 개헌의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 전 대표가 현시점에서 개헌을 공약하게 되면 분권형 대통령제 및 책임총리제 도입으로,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 권한이 책임총리에게로 분산되기 때문에 개헌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기 3년짜리 대통령’에 그칠 공산이 크다.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전 대표가 대권을 잡은 후 개헌이 추진되면, 2028년 총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 및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방식에 유력시되는데,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임기 3년짜리 대통령이 달가울 리 없다.

물론 이재명 전 대표가 개헌을 추진한 공로를 인정해 2028년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선에 재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128조 2항을 개정 또는 삭제한다면 개헌 제안 당시의 대통령도 재출마의 길이 열린 순 있으나, 이렇게 되면 과거와 같이 3선 개헌 및 유신 개헌도 가능해지는 탓에 해당 조항을 개정‧삭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전 대표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호헌’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 싶다.

하지만 이재명 전 대표가 87체제의 틀 안에서 집권하게 된다면 의회 권력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되고, 나아가 임기 중 대법원 인사까지 하게 돼 입법‧행정‧사법까지 모두 장악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고 한다. 극좌 지지층을 제외하고 입법‧행정‧사법까지 장악해 절대권력을 휘두를 것이 뻔한 이재명 전 대표에게 투표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절대권력을 휘두를 이재명 전 대표보다, 본인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되는 87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이란 새 시대를 여는 후보에게, 국민들은 투표하지 않을까 싶다.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집계된 대목을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은 눈여겨봐야지 싶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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