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동아시아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손꼽히는 성공 스토리를 대표해왔다. 세계적 투자은행에서 갈고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잇달아 성공해, ‘미다스의 손’이라는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러나 2025년 3월,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을 둘러싼 거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홈플러스 직원과 협력업체,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신용등급 하향 시점을 비롯해 MBK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검증에 나섰고, 김병주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책임을 묻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때 “성공 신화”로만 인식되던 김 회장은 이제 거센 책임론 한복판에서 사태의 본질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모펀드계 대부 김병주, 빛나던 성공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4/257158_256797_287.jpg)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동아시아 사모펀드 업계에서 손꼽히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홈플러스 사태’는 그에게 전혀 다른 국면을 열어주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국회와 금융당국에서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병주 회장은 업계와 여론의 강도 높은 비판 대상이 되었다.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이 결국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소상공인, 투자자, 직원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이 연쇄 피해를 볼 위험이 커지자, 국회와 금융당국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김병주 회장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활동하던 시기부터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골드만삭스,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유수의 투자은행(IB)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이후 칼라일그룹 한국 사무소 대표를 맡아 한미은행,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 굵직한 기업들의 M&A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고수익을 올렸다.
1999년 무렵 한미은행을 약 4500억 원에 인수한 뒤, 씨티그룹에 매각해 7000억 원대 차익을 남긴 사례는 한국 금융권에 ‘사모펀드의 단기 고이익 실현’ 전략을 각인시킨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2005년에는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모펀드 경영에 뛰어들었다.
‘MBK’라는 사명은 그의 영어 이름(Michael ByungJu Kim)에서 따온 것으로, 이후 코웨이(재매각 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두산공작기계 등 여러 대형 기업을 인수·재매각해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김 회장을 한국의 대표적 자산가 중 한 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투자 핵심 전략은 사모펀드 정석으로 불리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다. 피인수 기업 명의로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한 뒤,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되파는 방식이다. 사모펀드는 적은 자기자본으로 높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피인수 기업이 대규모 부채를 떠안게 된다는 위험이 따른다.
홈플러스 인수 역시 이 차입매수 기법을 대표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사들이며 세운 기록은, 당시 한국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매출 기반을 물리적 점포에 크게 의존하고, 장기적 투자와 지속적 운영이 필요한 유통업에는 이런 전략의 약점이 도드라진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김병주 회장이 보여준 사모펀드식 운영은 여러 기업 인수·매각에서 성과를 올렸지만, 홈플러스처럼 오프라인 점포가 핵심 자산인 유통업체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연 매출이 7조 원 안팎에 달하는 거대 유통사로, 알짜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수 과정에서 회사 명의로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면서, 핵심 부동산 상당 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과도한 부채를 안게 됐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차입금 규모가 너무 커지면 이자 부담으로 경영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전반에서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MBK 측은 우수 부동산 일부를 매각하거나 점포를 유동화해 인수금융을 상환할 수 있다고 해명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려는 점점 현실화됐다. 매장을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전략은 일시적으로 현금 흐름에는 도움이 됐지만, 고정 임차료 부담을 키우고 점포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인수 이후 우량 점포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거나 세일 앤드 리스백 형태로 유동화해 대출을 갚아나갔지만, 영업 기반이 줄고 임차료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부터 “단기 자금 조달과 점포 매각을 반복하는 사모펀드식 경영은 오프라인 유통업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예고 없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자금 조달이 막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노조 측은 “상당 기간 경영난이 예견됐음에도 MBK가 방치하다가, 결국 대규모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 법원으로 직행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량 점포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고, 남은 매장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법정관리를 통한 채무 조정 외에는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홈플러스 인수와 차입매수의 함정...오프라인 유통사에 드리워진 사모펀드식 단기 투자의 위
![야3당 정무위원들,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열어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4/257158_256799_2946.jpg)
이처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자, 정치권은 MBK와 김병주 회장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열어, 직접 김 회장의 해명을 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김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법정관리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정치권이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낮아질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직전까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 채권을 발행·판매했는지 여부다. 이미 국회 정무위에서는 “MBK가 신용등급 강등을 알고도 ABSTB 등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에 피해를 떠넘겼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강등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투자자를 기망한 것이고,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4/257158_256798_2921.jpg)
금융감독원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발행 시점에 이미 신용평가사로부터 하향 통보를 받았다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시장에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고 채권을 판 셈이라는 논리다.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홈플러스와 MBK가 시장에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고 채권을 판매한 셈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렇다면 김 회장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납품업체들 상당수가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인해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 상환이 동결되거나 일부 삭감되기에,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질 소상공인·협력사와 임차업체, 그리고 홈플러스 채권을 매입한 금융사·개인투자자들까지 줄줄이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자연히 홈플러스 직원 약 2만 명의 고용 안정성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은 “김병주 회장이 지금이라도 사재를 대규모로 투입해 법정관리 파장을 최소화하고, 투자자·노동자·납품업체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중이다.
파죽지세 M&A 뒤에 남은 후유증…반복되는 실패 방정식?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4/257158_256800_3033.jpg)
업계 전문가들은 김병주 회장의 투자 철학과 홈플러스가 결합한 시점부터 이미 진통이 예고됐다고 분석한다. 차입매수와 부동산 매각을 반복해 단기간 이윤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 모델이, 오프라인 유통사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MBK가 인수했던 다른 기업(예: 네파, 딜라이브 등)에서도 경영 악화 논란이 불거졌던 전례가 있어,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단발성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파급력이 크다.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가 회생절차에 돌입해 2만 명 가까운 임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 개인투자자들이 예측 못 한 위기에 처한 만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김병주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해 고발·청문회·세무조사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상공인 거래처 대금을 신속히 지급하도록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구체적인 금액과 시점은 밝히지 않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MBK는 “사실관계를 먼저 명확히 파악해야 정확한 액수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결국 김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느냐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법정관리 절차 속에서 부채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데, 채권단과 협력사들이 피해 분담에 합의하려면 MBK나 김병주 회장이 상당한 자금을 선뜻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까지 거론되는 만큼, 김 회장의 향후 행보가 ‘홈플러스 사태’ 수습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김 회장, 해외 기부행보와 현실 피해의 간극...쌓여가는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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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병주 회장은 그간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기부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 2000만달러(약 200억원) 이상을 기부하고, 서울시립도서관 건립 등에 수백억 원을 내놓는 등 교육·문화 분야에 상당한 선행을 베풀어왔다는 평가다. 덕분에 그는 한때 ‘은둔의 자선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로 대량 실업과 투자자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거의 자선 행보가 빛이 바랬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인수 기업이 파탄에 직면했을 때는 왜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정작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는 불응하는 태도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최근 김 회장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약간의 잡음”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의 서한 내용은 “홈플러스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으며, 지분가치 회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요지로도 해석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태 자체를 “약간의 잡음”으로 표현한 점이 국내 언론과 정치권에 도마 위에 올랐다. 납품업체와 직원, 개인투자자 등 직·간접 피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안이한 태도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지분 가치 회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한의 다른 대목조차 부정적 시각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상당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입매수’와 사모펀드 투자 방식 전반에 대한 불신이 다시금 확산되는 모습이다. 핵심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갚는 전략이 과도하게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재점화됐다.
과거 2010년대 초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배당금을 챙긴 뒤 철수했던 사례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토종 사모펀드’라 해도 결국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병주 회장이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은머리 외국인 투자자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 국세청이 MBK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김 회장의 개인 납세 의무나 해외 국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김병주 회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어 사재 출연 규모와 이전 채권 발행 과정 등을 재차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회에서도 커지고 있다. 해외 명문대 등에 거액을 기부하며 쌓아온 ‘은둔 자선가’ 이미지가, 정작 국내 대형 유통사의 법정관리 앞에서는 “약간의 잡음” 정도로 취급되는 모습에 실망감이 커진 탓으로 읽힌다.
결국 이번 사건은 국내 사모펀드 생태계에 제도적·윤리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기업 몸값을 올려 빠르게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사모펀드 모델이 과연 한국적 사업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오프라인 기반이 강한 대형 유통기업에 이런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병주 회장이 “성공 신화의 그늘”을 어떻게 걷어낼지, 정말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행보를 보여줄지, 아니면 끝내 ‘해외 출장’ 등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식을 굳힐 것인지. 그 선택과 결과가 홈플러스의 운명뿐 아니라 한국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