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인척 특혜 채용 ‘비법’ 담은 파일까지 만들었던 선관위…‘지인찬스’까지 확대하면 훨씬 더 많을 것

가족‧친인척 특혜 채용 ‘비법’ 담은 파일까지 만들었던 선관위…‘지인찬스’까지 확대하면 훨씬 더 많을 것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5.03.03 13:52
  • 2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감사원 감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가족·친인척 채용 청탁, 면접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9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일 일고 있는 가운데, 선관위 직원들이 서류와 면접 평가를 조작하는 방법을 문서로 만들어 공유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1일자 <TV조선> 및 3일자 <서울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2022년 2월 전남선관위의 채용담당자 A과장은 경력직 채용 응시자 명단에 만 35세를 넘는 생년월일에 파란색을 칠해 면접위원들에게 배부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 나이 제한이 없지만 나이로 응시자들을 거르기 위해 선관위 인사담당자들이 써온 꼼수 중 하나라고 한다.

채용 과정이 마무리된 뒤 한 실무자는 ‘★서류전형+면접 팁.txt’이란 제목의 파일까지 만들어 저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파일에는 ‘편법으로 (심사위원들의)서명 부분만 미리 받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 평정표를 수정하고’, ‘(심사위원이 아닌)인사담당자가 심사 집계표를 집계해 합격자를 결정한다’는 내용까지 자세히 적혀있다고 한다.

이는 선관위가 그간 편법으로 심사 점수를 수정해 왔고, 심사위원이 아닌 인사담당자가 합격자를 결정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선관위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22년 3월 그의 딸을 경력 채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남선관위는 ‘★서류전형+면접 팁.txt’ 파일에 담긴 내용처럼 면접 외부위원들에게 평정표를 비워 두고 순위만 정해 다른 곳에 연필로 적도록 한 뒤, 나중에 인사담당자가 평정표에 직접 순위를 적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박찬진 전 총장의 딸을 포함한 6명이 합격했다고 한다.

2023년 감사원 및 중앙선관위 자체 감사 등이 진행되자, 전남선관위는 이를 은폐하거나 파일 작성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감사 등으로 인사담당자의 업무용 컴퓨터에 있던 ‘★서류전형+면접 팁.txt’ 파일의 존재가 드러나자, 당시 인사 부서 상급자는 문서 작성자의 후임에게 해당 파일을 폐기하라거나 편법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면서 ‘너도 (문서를) 수정했으니 공범’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파일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한 간부는 “세상 다 끝난 사람처럼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는 진술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선관위의 가족‧친인척 특혜 채용은 빙산의 일각일 뿐, 지인 특혜 채용은 더욱 많을 것이란 게 감사원의 의심이다.

감사원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특혜 채용 비리는 가족‧친인척에 한정됐을 뿐, 더 넓은 범위의 지인에 대한 특혜 채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의심이다.

실제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지인이 ‘태권도 3단’이라며 인천선관위에 방호직 채용을 지시했고, 인천시선관위 2022년 초 계획에 없던 방호직 채용을 진행했다.

또 딸에 대한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모 전 충북선관위 과장은 고교 동창의 딸을 충북선관위 공무원으로 입사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