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정의' 외치는 트럼프, 美 외산 픽업트럭 25% 관세엔 '침묵'

'관세 정의' 외치는 트럼프, 美 외산 픽업트럭 25% 관세엔 '침묵'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2.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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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자국의 외국산 픽업트럭 25% 관세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연합(EU)이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은 유럽산에 2.5%만 적용한다"며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긴급히 협상 테이블을 마련,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낮출 용의가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관세를 무기로 '비뚤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트럼프식 '관세 정의' 주장에는 명백한 모순이 존재한다. 미 정부가 1964년 도입한 '치킨세(Chicken Tax)'가 대표적 사례다. 외국산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 제도는 유럽의 미국산 닭고기 수입 제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됐다.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며 미국 자동차 업계에 시장 독점 구조를 제공해왔다.

치킨세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약 290만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18%를 차지한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경트럭을 포함한 '라이트 트럭'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 비중은 78%까지 확대되는 거대 시장이다.

치킨세는 해외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은 한미 FTA 개정으로 2041년까지 25% 관세 유지가 확정됐다. 양국은 앞서 치킨세를 2021년까지 단계적 폐지하기로 했으나, 2018년 재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0년 연장을 관철시켰다. 이는 지난해 미국 픽업트럭 시장 90%를 포드 F-150, GM 실버라도 등 자국 브랜드가 장악하는 밑바탕이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강조가 진정한 무역 균형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픽업트럭 관세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하고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자국 안에서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한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 연일 목소리 높이면서 정작 자국이 60년간 유지해온 외국산 픽업트럭 25% 관세에 대해 입을 다무는 모습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이는 국제사회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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