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관계” 에르메스 ‘버킨백’ 사기 위해...직원에게 굽신거리는 소비자

“뒤바뀐 관계” 에르메스 ‘버킨백’ 사기 위해...직원에게 굽신거리는 소비자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4.06.25 16:40
  • 수정 2024.06.25 17:4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유명 가방 ‘버킨백’이 소비자와 매장 직원 간 일반적인 권력관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킨백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한테나 팔지 않는 데다 중고시장에선 매장가의 2배 이상 가격에도 되 팔리고 있어 경제학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가 1000달러(한화 140만원)에 불과하다며, 에르메스 가방으로 5분 만에 돈을 2배로 버는 방법에 대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킨백의 기본모델 검은색 ‘버킨 25’ 백의 매장 가격은 1만1400달러(약 1600만원)지만, 구매자는 이 백을 구입하자마자 바로 2배가 넘는 2만3000달러(약 3200만원)로 리셀러 업체에 팔 수 있다.

주요 리셀러 업체는 가방을 매입하자마자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라스베이거스의 팝업 매장을 통해 3만2000달러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킨백의 제조 원가가 1000달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마진이라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가방 구매 후 곧바로 리셀러에 높은 값에 되파는 게 반드시 남는 장사는 아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버킨백을 사기 위해선 실크 스파크, 시계 등 다른 에르메스 제품을 사면서 구매 이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버킨백을 빠른 시일 안에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값비싼 보석이나 가구를 사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은 사람에게 지위를 상징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게 WSJ의 평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배경엔 희소한 버킨백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부유층이 많기 때문이라 한다. 부유층이 버킨백을 원하는 이유는 비싼 가격과 희소성 탓에 대표적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서다.

이에 버킨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먼저 매장의 판매 직원과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한다. 수많은 대기자 명단 중 누구에게 버킨백은 판매할지 일차적으로 담당 정원이 결정하기 때문인 탓이다.

통상 구매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매장 내 권력관계도 에르메스 매장에선 반대로 뒤바뀌기가 일쑤다. 버킨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매장의 판매 직원과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한다.

판매가 이뤄지는 방식은 버킨백이 프랑스 본사에서 개별 매장에 도착하면 매니저는 개별 판매 직원에게 가방을 배정하고, 각 직원은 저마다 관리하는 대기고객 명단 중 ‘구매 자격’을 갖춘 고객을 선별해 매니저의 판매 승인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에르메스 매장에서 상대에게 깍듯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직원이 아닌 구매자이며,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갑부 고객이 직원과 친해지기 위해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버킨백을 손에 넣기 위해 값비싼 비욘세 콘서트 티켓이나 호화 여행 상품권을 주거나 아예 현금 봉투를 건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일부 구매자는 버킨백 색상 선택권이 사실상 없는 탓에 마음에 드는 색상을 구매하기 위해 리셀러 마켓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때로는 구매자가 원하지 않는 색상 제품도 사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편, 미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2명은 올해 3월 에르메스의 판매 방식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며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르메스 또한 버킨백이 리셀러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막고자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에르메스는 이를 막고자 올해 초 버킨백 가격을 20% 상승했지만, 당초 리셀러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