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엿보기] 서울지하철 노조 무기한 파업 예고에...‘명분 없는 파업’ 비판론 대두

[이슈 엿보기] 서울지하철 노조 무기한 파업 예고에...‘명분 없는 파업’ 비판론 대두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3.11.18 09:17
  • 수정 2023.11.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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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노조가 지하철 총파업을 선언해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노조와의 지속적인 교류에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결국 경고파업까지 진행된 탓이다.

노조는 일손 부족의 우려를 명분으로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3년 연속 적자인데다, 일부 노조 간부들이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타가는 등 그간 불법 행위를 저질렀던 것을 감안하면 파업의 명분은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교통길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명분 없는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강경 대응도 함께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공사 내 제3노조도 정치적 행위라며 비판 성명을 냈으며, 고용노동부 장관도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비판 수위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면서, 2차 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지하철 노조 2차 파업 예고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이 사측의 인력 감축안에 반발하며 이달 22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9~10일 출근 시간대엔 정상 운행했던 1차 시한부 경고 파업과 달리 전면 무기한 총파업이다. 파업이 실행될 경우 다시 한번 시민의 발이 묶이는 ‘교통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파업 계획을 밝혔다. 노조는 특히 정년퇴직 인력에 따른 현장 안전 공백을 우려해 신규 채용을 촉구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공사 단체협약은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원을 충원하도록, 신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공사는 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가 파업을 예고한 것은 서울교통공사가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 때문이다. 이 방안에는 막대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2212명을 감축해야 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연도별로는 ▲2021년 301명(완료) ▲2022∼2023년 383명 ▲2024년 341명 ▲2025년 486명 ▲2026년 701명이다. 퇴직자 발생 시 단계적 업무 재설계를 통해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는 해당 계획이 노조 주장처럼 강제 구조조정이 아니라 연차별로 퇴직 인원이 발생하면 단계적인 업무 재설계 등을 통해 정원을 조정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해 파업의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홀로 근무 방지를 위한 2인1조 보장 인력(232명), 수탁업무 인력(360명), 정년퇴직 인력(276명) 등 총 868명을 더 채용항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채용 절차와 교육 기간 등을 고려해 통상 9월 쯤 채용 공고가 돼야 정년퇴직 인력에 대한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데 사측은 노사 합의한 하반기 신규 채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11월 노사가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2023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노조는 차량관리소 업무 자회사 위탁, 1∼4호선 구내 운전 업무와 특수차 운전 자회사 이관, 궤도 유지·보수 외주 위탁 등 ‘안전 업무의 외주화’에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 위원장은 “공사가 진정성 있게 대책을 내놓으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이틀간 경고 파업을 했지만 여전히 대안이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시와 사측이 대화와 협상보다 대결과 제압을 선택한다면 부득이 11월 22일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언제든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교섭할 준비가 돼 있다”며 “서울시와 공사의 진지한 입장 변화를 거듭 촉구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한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2차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사 3개 노조 가운데 가장 많은 조합원이 있는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만 참여하게 된다. 서울교통공사 전체 임직원은 1만7000명이며 3개의 노조가 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적자 늪에 빠진 서울 지하철...인력감축 불가피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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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규모 적자에 허덕여온 공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말 기준 공사의 누적적자가 18조400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자구 노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사의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시 재정지원금을 제외한 당기 순손실이 3년 연속 1조원대에 달하면서 지난해 기준 누적 적자는 17조6808억원에 이르렀다. 또 작년 기준 공사의 자본잠식률은 61.9%에 이른다.

적자 해소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단행했으나 당장 이에 따른 올해 추정 수입은 600억~700억원으로 적자 해소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등 비용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규모가 다른 지하철 회사보다 월등히 많아 영업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종길 시의원이 철도통계연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2년 기준 총 275개 역을 운영 중인데 총 직원은 1만6387명, 역당 평균 인원은 59.6명이었다.

이러한 인력으로 인해 인건비 등 역 운영에 필요한 영업 비용도 훨씬 더 드는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의 역당 영업비용은 연간 98억3000만원으로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1.6배, 대구교통공사의 1.9배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조의 파업 명분은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부 노조 간부들이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타가는 등 그간 불법 행위를 저질렀던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지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9월 발표한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사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인 32명을 훨씬 초과한 311명이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로, 노사합의로 지난 2010년 7월부터 시행됐다. 근로시간면제 시간과 인원은 조합원 수 등에 따라 법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으나, 이들은 근로시간면제자를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를 10배 수준으로 늘렸다고 한다.

즉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타가는 행태가 만연하게 이뤄진다는 뜻으로, 회사의 정상 업무를 방해하고 동료 근로자에게 짐을 떠넘기는 불법·부도덕 행태다.

일례로 A역에 근무하는 한 노조 간부는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10개월간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례를 열거하며 “노력 없이 경영혁신 거부, 대규모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엄청난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분 없는 지하철 노조 파업”...서울시·공사, 철회 촉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와 공사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다소 강경한 입장이다. 공사는 총파업에 나선 노조 조합원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으며, 시는 ‘타협 없는 원칙 대응’을 강조하며 “이번 기회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는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명분 없는 파업을 즉시 철회하라"며 실무 교섭 과정에서 마련된 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자정 노력 없이 경영혁신 거부, 대규모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엄청난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9일 경고파업 직전에도 한 노조 고위간부가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합의하자는 뜻을 전달했지만 백 사장은 ‘파업 철회가 먼저’ 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사장은 “내부 직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1노조의 단독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할 것”이라며 “열차 운행 방해나 지연 행위 등 불법행위 발생 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노조의 이번 파업 강행에 따라 실무 교섭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합의안에는 현장 안전인력 충원을 위한 신규 채용, 불합리한 임금 잠식구조 해소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며 “이번 협상 결렬에 따라 공사는 하반기 예정이었던 신규 채용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사는 지난 9~10일 1차 파업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제1노조) 소속 4470명에 대해 전원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12월 급여 약 7억 원을 삭감한다고 16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경고파업 참가자는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 파업에는 역무본부 397명, 승무본부 849명, 기술본부 1070명, 차량본부 2145명, 본사 9명 등 총 4470명이 참여했다. 삭감된 급여는 총 7억105만3000원이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30일 노조 총파업 당시에도 파업 참가자 2763명에 대해 3억60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2차 파업에 돌입할 경우 1차 파업 때와 동일하게 근무하지 않은 시간을 철저히 확인해 12월 급여에서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사와 시는 이와 함께 2차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대비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한다. 필수유지업무 및 대체인력 등을 확보해 평일 기준 현원 대비 83%의 인력을 운영하고, 평일 출근 시간대(오전 7∼9시)는 열차 운행률 100%를 유지한다.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는 비상대기 열차 7대를 대기시키고, 혼잡도가 높은 2호선은 내선 3대와 외선 2대 등 임시열차 5편성을 추가 투입한다. 다만 낮 시간대 등 평상시간은 불가피하게 운행률이 하향 조정된다.

 

민노총 파업 강행에 같은 노조도 비판...올바른노조 “명백한 정치 파업”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개최한 '단체행동'이라는 집회에서 송시영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개최한 '단체행동'이라는 집회에서 송시영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같은 총파업 장면은 지난해 11월에 이은 1년 만이지만 이번 파업은 지난해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전격적으로 파업 불참을 선언했으며, 제 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은 ‘단체 행동’으로 지하철 총파업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업 이후 사측이 제시한 안이 공개되고, 일부 노조 간부들의 일탈 및 징계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사 안팎에선 파업의 명분에 의문 섞인 비판을 품은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개 단체 노조 중 민주노총 소속 노조만 파업에 참여하고,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와 올바른노조가 파업에 불참하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국노총소속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는 파업 돌입 직전 9일 오전 조합원들에게 전송한 메시지에서 “전날 최종 교섭이 결렬된 이후 긴급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30대가 주축인 교통공사 올바른노조도 비판이 날카롭다. 올바른노조는 양대 노조에 “타임오프제를 악용해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을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올바른노조도 기존 양대 노조가 구성한 연합교섭단에 불참하며 기존 노조의 경고 파업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아울러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단체행동을 펼치며 정치적인 이유로 파업할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행보를 보였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이번 경고파업을 비판하며 교통노조가 정작 노사 상생을 위한 행동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감축과 요금 인상 문제 등 근본적인 적자의 원인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역시 노조의 파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SNS에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를 언급하며 “노사 모두 자구노력에 전념해야 할 상황임에도 파업에 들어간 노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서울시민이 지하철을 문제 없이 이용하기 위해 요금 인상 등 고통을 분담하는 가운데 이를 외면한 파업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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