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정진철 기자] 대표적인 진보 성향 언론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창립 4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상근 활동가 7명 전원이 지도부의 전횡과 조직의 관료화를 비판하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해, 사실상 조직 운영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창경TV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내부 권력의 사유화'와 '비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활동가들은 성명서를 통해 사무처장의 독단적인 운영과 폭력적인 언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활동가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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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장의 전횡: 업무 방향성이 사무처장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었으며, 활동가들은 사무처장의 '심기 의전'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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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식 위계 질서: "까라면 까" 식의 군대식 의사결정 구조가 만연하여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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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와 방치: 사무처장의 사직 번복과 대화 회피가 이어졌고, 이사회는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방치하며 사직 시기를 연기시키는 등 활동가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활동가들은 "구성원의 고통을 외면한 조직이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느냐"며 "민언련이 지키려는 조직의 안정과 위신 속에 활동가들의 존엄은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언련이 순수한 시민운동 단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특정 인물들의 '정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변질되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성창경TV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최민희 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민언련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이나 공영방송 이사,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하는 과정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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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추구 집단화: 민언련 경력을 바탕으로 정계나 유관 기관으로 영전하는 '낙점을 기다리는 부류'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활동가'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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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경직화: 시민 활동보다는 자리 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조직이 이용되면서 내부 부패와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외부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직 활동가 10명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타 시민단체 활동가 120여 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하며 민언련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활동가를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기는 조직에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언련 공동대표와 이사회 측은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긴급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조직 전반의 운영 방식과 소통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혁신위 구성 등에서 당사자들이 배제되었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당분간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로 출발해 한국언론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민언련이 이번 '활동가 전원 사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딛고 쇄신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도덕적 파산에 이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정진철 기자 jeong344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