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세명 왼쪽부터) KAIST 송영민 교수, 김형래 박사과정, 곽현규 석사과정 (뒷줄 세명 왼쪽부터) 정효은 석박사통합과정, 장세희 박사후연구원, 김도현 석박사통합과정 (동그라미 왼쪽부터) 서울대 김대형 교수, MIT 신윤수 박사, SAIT 허세연 박사 [사진=KAIST]](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1/284226_285622_174.pn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KAIST는 송영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김대형 서울대학교 교수팀과 함께 포플러 나무의 잎이 가진 열조절 메커니즘을 모사, 전력 없이도 온도를 조절하는 '유연 하이드로겔 기반 열조절기(LRT)'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포플러(Populus alba)는 덥고 건조한 날에는 잎을 말아 뒷면의 미세 털로 태양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잎 표면의 수분을 조절해 열을 방출하거나 보존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자연의 정교한 열관리 시스템에 착안, 외부 전원 없이도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냉방과 난방 모드를 전환하는 인공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LRT는 수분의 증발과 응축을 이용한 잠열 조절, 빛의 반사와 투과를 이용한 복사열 조절을 하나의 장치에서 동시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소재는 리튬 이온(Li⁺)과 하이드록시프로필 셀룰로오스(HPC)를 결합한 파엠(PAAm) 하이드로겔 구조다.
리튬 이온은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고 응축해 잠열을 조절하며 난방 효과를 낸다. HPC는 온도 변화에 따라 투명도가 바뀌는 성질이 있어, 온도가 낮을 때는 투명해져 빛을 투과시키고 온도가 높을 때는 불투명해져 빛을 반사하며 냉각 효과를 유도한다.
LRT는 주변의 온도, 습도, 조도에 반응해 자동으로 네 가지 열조절 모드로 작동한다. 구체적으로 이슬점 이하의 밤이나 한랭 환경에서는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해 열을 방출하며 보온하고, 약한 태양광이 비치는 추운 낮에는 빛을 투과시키며 흡습된 수분이 근적외선을 흡수해 난방한다.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는 내부 수분이 증발하며 냉각 효과를 내고 ▲강한 태양광과 고온 조건에서는 소재가 불투명해져 빛을 반사함과 동시에 증발 냉각이 작동해 온도를 낮춘다.
연구팀은 실외 실험을 통해 LRT의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기존 냉각 소재 대비 여름철에는 온도를 최대 3.7도 더 낮추고, 겨울철에는 최대 3.5도 더 높게 유지하는 성능을 보였다. 또 전 세계 7개 기후대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건물 옥상 등에 적용 시 기존 코팅 대비 연간 최대 1㎡당 153메가줄(MJ)의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소재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티타늄(TiO₂) 나노입자를 추가해 내구성과 기계적 강도를 강화했다. 리튬 이온과 HPC의 농도를 조절하면 다양한 기후 조건에 맞춰 열조절 특성을 최적화할 수 있어 확장성도 뛰어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건축물의 외벽이나 지붕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이 어려운 재난 임시 시설, 야외 저장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능형 열조절 전략을 공학적으로 재현한 기술로 계절과 기후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열관리 장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지능형 열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11월 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